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강군과 부모님에게 ‘뽀로로와 함께하는 VR 수술장 탐험’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은 뽀로로 자신이 환자가 되어 수술실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수술실 안 침대에 눕는 과정, 그리고 마취가 되어 잠이 드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뽀로로가 수술실을 몸소 경험하면서 수술준비의 각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 소아환자들이 처음 경험하는 수술준비 과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VR 영상을 통해 수술에 자신감을 얻은 강군은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실에 입실해 안정적으로 전신마취와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이런 강군의 모습을 본 부모님도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VR를 이용한 수술실 가상체험이 소아의 수술 전 불안감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보고됐다. 소아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에 가상체험을 통해 교육을 실시하면, 전신마취로 수술을 받는 소아환자의 불안감을 감소시키는지 그 효과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한성희, 유정희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가상현실·인공지능을 통한 의학혁신 연구그룹’은 VR 영상제작 전문회사 더브이알(대표 이길재) 및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와 협업하여 ‘뽀로로와 함께하는 VR 수술장 탐험’이라는 4분짜리 영상을 제작했다. VR 영상은 소아환자가 수술실에서 느낄 공포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친구들’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수술실의 모습과 마취과정에 대해 설명 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34명의 소아환자들에게는 VR 영상을 시청하도록 했고, 35명의 소아환자에 대해서는 영상 시청 없이 마취와 수술에 대한 안내사항의 정보만 전달했다. 두 그룹의 마취 유도 전 불안감의 지표를 비교한 결과 수술 전 VR 영상을 시청하지 않은 그룹(대조군)은 51.7점 이었지만, 영상을 시청한 그룹은 31.7점으로 마취 전 불안감이 4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마취 유도에 완벽하게 순응도를 보인 환자가 대조군에서는 12명(34%)이었던 반면, 영상을 시청한 그룹은 28명(82%)에 달해 마취과정에 대한 불안감 및 이에 따르는 불안행동 역시 크게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수술 및 마취는 소아환자에게 몹시 낯선 경험으로 높은 수준의 불안감과 공포를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소아환자의 50% 이상이 수술 전 불안감을 나타낸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수술 전 불안감의 원인은 부모와의 분리, 익숙하지 않은 진료 경험, 낯선 환경에 대한 노출 등으로 알려져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한성희 교수는 “수술 전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소아환자와 부모가 수술실이라는 낯선 환경과 친밀해지면서 수술준비과정 및 마취과정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더 많은 사전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소아환자가 수술실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그 안에서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 즉, 자가조절에 대한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이 불안감을 감소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아환자의 수술 전 불안감 감소를 위해 진정제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한 호흡억제, 마취시간 연장 등의 부작용들이 발생 가능하다. 그에 비해 VR 영상시청을 통해 수술실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면 불필요한 진정제의 사용을 피하면서 편안하고 자신감 넘치는 수술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