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5개월을 넘긴 가운데, 전국에 흉부외과 전공의가 12명만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인 지난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인쇄물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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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28일 “전국의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 107명 중 사직 처리된 전공의는 75명, 보류 상태로 사직을 기다리는 전공의는 20명, 복귀 후 근무 중인 전공의는 1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학회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수련 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사직 현황을 집계한 결과다.
남은 전공의 12명 중 1년 차는 3명, 2년 차는 2명, 3년 차는 1명, 4년 차는 6명이다.
학회는 “2025년 배출 가능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최대 6명이고, 이때가 되면 전국 전공의 수는 한자릿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기존 62명에서 2명으로 줄었고 경기·인천은 17명에서 1명, 경북·대구는 10명에서 2명, 경남·부산·울산은 8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전북은 1명이었지만 현재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
| 사진=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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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는 이러한 전공의 수련 현황을 공개하며 “현재 미래가 사라지는 초응급 상황이므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규 전문의 배출과 이를 통한 지역의료 활성화는 이미 붕괴했고, 지역의 권역 심혈관센터나 응급의료센터도 작동할 수 없게 됐다”며 “향후 몇 년간 전공의 사직의 파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회는 “1994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흉부외과 신입 전공의 수가 지난해 40명까지 늘었지만, 의정갈등으로 모든 것이 수포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술 등 진료가 당분간은 유지될 수 있으나 신입 전문의 투입 불가로 그 지속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 12명으로는 연간 2만 건이 넘는 심장 수술과 폐암 수술을 완수할 수 없다”고 했다.
학회는 “신입 전문의 배출 없이 전문의 중심 병원은 불가능하다”며 “전공의들이 다시 꿈을 꾸고 환자 옆에 있을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희생은 미래의 심장병·폐암 환자들의 몫이 된다”며 “이제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죄이고, 시간이 없으므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