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역대 최대 규모 경영혁신안 발표…"조직 체계부터 문화까지 싹 바꾼다"

한국은행, 약 3년만에 '경영인사 혁신방안' 발표
총재·부총재 권한 부총재보에 위임 등 조직수평화
내년부터 국·부·팀제 확대, 전문가 경로 제도 시행
  • 등록 2022-06-16 오후 12:00:00

    수정 2022-06-16 오후 12:00:00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이 경영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내년까지 조직 변화를 이뤄나가겠단 계획을 밝혔다. 총재·부총재의 권한을 부총재보에게 위임하는 등 권한과 책임을 나눠 조직 구성원들의 능동적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고, 전문가 경로를 신설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조직 탈바꿈을 예고했다.

배준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경영인사 혁신방안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은)


배준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16일 경영인사 혁신방안 설명회에서 “이번 경영혁신 방안의 키워드는 권한 하부 위임을 통한 역동성 제고, 전문성 강화, 지역본부 싱크탱크 육성 등 다섯 가지”라고 소개했다.

3년만에 공개된 경영혁신 방안…이 총재 의견 수렴

한은은 지난 2020년 창립 70주년을 맞아 공표한 중장기 발전 전략 ‘BOK2030’을 세운 뒤 3년여 만에 경영혁신 방안을 발표하게 됐다. 앞서 한은은 전임 이주열 총재 때부터 머서코리아, 맥켄지컴퍼니 등 글로벌 컨설팅 업체로부터 받은 자문을 토대로 중장기 혁신방안을 계획해왔다. 이 총재는 취임 직후 관련 보고를 받고 직원들과 추가 논의를 거쳐 혁신안을 최종 완성했다. 취임전부터 한은의 변화와 혁신, 직원들의 사기진작 등을 예고한 이 총재가 취임한지 약 두 달여만이다.

배 부총재보는 “가장 중요한 점이 수평적이고 수요자 중심적인 조직문화인데 총재께서 국제통화기금(IMF) 근무 경험을 토대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면서 “성과 평가 제도나 이른바 ‘계급장 떼고’ 벌이는 치열한 토론 문화 등이 그것이다”라고 설먕했다.

이번 경영 혁신안은 지난 2011~2012년 이뤄진 조직 개편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이뤄졌다. 수직적이던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전문성을 키워 한은의 역량을 대외적으로도 키우는데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 골자다.

먼저 총재·부총재의 권한을 부총재보에게 하부위임을 시작으로 부총재보는 국장, 국장은 부장에게 각 직책별 권한을 나눠 담당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재조정했다. 통화정책·시장, 금융안정·결제, 조사·통계, 국제금융·협력, 경영관리 등 부총재보의 담당부서도 기능 및 업무 유사성을 기준으로 재분류한다. 국장은 부서 차원의 전략 추진 및 성과 산출을 책임지며 부서 업무완결권을, 부장은 일반적인 업무에 대해 기존 국장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부서의 규모, 업무 성격을 감안해 조직 체계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부(部) 조직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국(局), 팀 체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했고 국장이 국 내의 임시조직(TF)를 구성할 수 있거나 부장이 내부 반(班)을 만들 수 있게 자율성도 높였다. 조직의 리더로 4~5급의 직원들도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 인사도 가능하게 했으며, 조직 구성 행정절차 또한 간소화했다.

배 부총재보는 “관리자들이 주어진 권한 범위 내에서 책임 경영을 수행함으로써 결재 단계가 불필요하게 중첩되는 중층화를 방지하고 의사결정 신속성 확보 등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젊고 유능한 관리자가 배출될 수 있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전문성 조직 신설, 치열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

조직원들의 책임과 권한을 나눈 만큼 개개인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도 주력할 방침이다. 직급이나 연차에 따라 업무를 바꾸는 순환보직이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축적하도록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고, 나아가 이를 외부에 발표하는 등 성취 지향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 경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시행 초기엔 경제모형, 통계, 정보통신(IT)이나 법 관련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우선 도입하고 차츰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전문성을 입증받는 과정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3급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경로 지원을 받지만, 성과가 저조하거나 리더십 리뷰 결과 등이 불량한 경우 직책 보임 해제도 가능하게 했다. 리더십 리뷰란 기존에 팀원들이 부서장, 팀장 등 관리자의 리더십을 평가하던 관리능력조사를 확대 보안해 자료를 인사에도 반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든 것이다. 대신 그에 따른 보상도 확실하다. 전문가 경로의 직원들은 경쟁을 통해 직급 승진이 가능하며 동일 직급의 관리자와 유사한 수준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또 전문분야 관련 국내 기관 근무 기회, 국내외 연수 기회 및 연구환경 등을 제공한다.

그간 방만한 경영을 해왔단 지적이 있던 지역본부 역시 ‘지역사회의 싱크탱크’로 새로 탈바꿈 할 것이란 각오다. 가칭 ‘BOK 정책심포지움’과 같은 지역 소통행사를 만들고 지역 내 경제주체들과 수시로 소통할 예정이다. 지역사회의 관심 유발과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총재, 부총재를 비롯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본부를 광역본부 중심체제로 개편하여 현행 16개의 지역본부 조직 체계를 7개의 광역본부, 9개의 지역본부로 개편한다. 또 장기간 안정적인 지역본부 업무를 전담할 ‘종합기획직원’을 권역별로 채용할 예정이다.

한은은 전에 없던 치열한 경쟁과 토론을 바탕으로 탈바꿈하겠단 의지를 내보이면서도 ‘모두 함께 성장’ 한다는 궁극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종합기획직원, 일반사무직원, 일반기능직원, 전문직원 등 모든 직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 제도도 수평적이고 세세하게 바꿨다. 엄격한 상대평가 방식이었던 점수 부여 방식을 폐지하고 5개 성과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또 부서 및 팀에 대한 집단업적평가를 폐지하여 조직 내 서열화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평가면담 활성화한다. 다만 연 2회 평가에서 연 1회 평가로 횟수를 줄여 직원들의 부담을 줄였다. 팀원들이 상급자를 평가하는 리더십 리뷰와 동료들끼리 서로 평가하는 제도를 강화해 성과 평가 때 참고할 예정이다.

올해 중에는 직무권한 하부위임, 정보공유 확대 및 리뷰 활성화, 일반기능·전문직원 직급 신설 등을 우선 시행하고 내년부터 국·부·팀제 확대, 전문가 경로 제도 1단계 시행 등을 시작으로 여타 제도(평가 등)도 순차적으로 개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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