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영어에 중독된 서울시

  • 등록 2009-08-13 오후 5:06:30

    수정 2009-08-13 오후 5:06:30

[이데일리 온혜선기자] "어반 테라스(Urban terrace)가 뭔가요?"

서울시가 지난 11일 배포한 `한강 접근성 개선 7개 중·단기 전략` 보도자료에는 생소한 개념의 `어반 테라스`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어반 테라스는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 한강변에 조성되는 폭 35m, 연장 1300m, 면적 1만8000㎡ 규모의 완만한 접근로다. 윤중로와 여의도 한강공원을 연결해 인근 주민들이 쉽게 한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길이지만, 단어만 보면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렵다.

홍보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J모 씨는 "어반 테라스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처음에는 무슨 패션잡지에 등장하는 용어인줄 알았다"며 "외국어를 너무 남용하면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서울시는 그간에도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를 사용함으로써 꾸준히 도마에 올랐다. 우선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추진되고 있는 `5대 핵심 프로젝트`에는 `프로젝트`라는 명칭에 걸맞게 곳곳에서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어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을 1000만 시민과 세계인이 즐겨찾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이 프로젝트 이름에는 국어, 프랑스어, 영어가 모두 들어가 있다.

다른 프로젝트에도 영어는 단골로 등장한다. 관광객 12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경제문화도시 마케팅 프로젝트`, 복지대상별 맞춤형 사회안정망을 구축하겠다는 `시민행복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등이 그 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소소한 정책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를 문화의 도시로 바꾼다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1회 방문으로 모든 행정절차를 마치게 하는 `원스톱 행정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계획을 상징하는 이름을 외국인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영어를 일부 사용했으니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외 홍보가 굳이 필요없는 분야에도 외국어는 등장한다.

서민들을 대상으로 20년 이상 주택을 임대하는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지하철 무임카드 `시니어 패스`등이 그 사례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정책에 홍보를 이유로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서울시는 지난 2006년 7월부터 각종 문서의 국어 오용과 외국어 남용 사례를 분석, `바른 표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우리말을 보호하고 장려해야 할 서울시가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사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시민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영어 사용은 서울시 홍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효성도 떨어지고 당위성도 없는 이들의 고집은 `약`보다는 `독`이 될 것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조보아, 섹시美 대폭발
  • 핫걸!
  • 시청역 역주행
  • 작별의 뽀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