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과연봉제, 노사동의 절차 없이 밀어붙여서는 안돼”

명확한 기준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갈등만 키워
장년일자리 줄여 청년에게 준다는 발상은 잘못, 자율로 결정해야
  • 등록 2016-09-27 오전 11:28:17

    수정 2016-09-27 오전 11:28:17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해 서울지하철이 파업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서울시는 지하철파업과 관련 시민 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가 사회적 대화와 소통, 협의를 통해 현명하게 풀리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전날 저녁 늦게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의 일방적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서울지하철 파업이 진행된다. 저는 지하철 파업을 막을 수 없었다. 서울시는 어떤 상황에서도 출퇴근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놓고 노사갈등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금융권 총파업이 있었고, 철도와 지하철 등 공공운수분야의 파업이 예고되어 있다. 보건, 공공분야의 파업과 집회 등도 줄줄이 예고되어 있는 가운데 정부는 강경한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고 했다.

성과연봉제 문제 등 노사현안 해결을 위해 세 가지를 제안했다. 박 시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국에 노사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지혜를 모아 일자리 안정성과 실업문제 등 산적한 노동 현안을 슬기롭게 풀기를 바란다”고 전제한 뒤 “우선 정부는 소통은 늘리고 지나친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노사간 자율적이고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의견수렴 과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금체계 개편은 노동조건 변경에 관한 사항이기에 노사협의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성과연봉제는 매우 민감하고 직접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노사동의 절차 없이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할 사안은 절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은 또 “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데에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통상적인 사기업은 매출이나 영업이익이라는 명확한 숫자를 기준으로 실적평가를 할 수 있겠으나 대부분 공공기관은 수익만을 목표로 삼기 보다는 공적가치를 위해, 공공서비스 확대를 위해 적자를 무릅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명확한 기준과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연봉제나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은 갈등만 키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충분한 타당성 검토와 연구를 통해 국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이다.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정부는 지난해의 임금피크제, 올해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 등으로 기존의 직원을 줄여서 청년 추가 채용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발상이다. 장년 일자리를 뺏어서 청년에게 준다는 발상은 검증된 바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모델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청년대책을 위해서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활동 보장제도 참조하시기 바란다. 서울시는 산하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물론 노사문제에 관해서는 노사협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정 서울모델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것이 노동존중의 정신이요, 상호호혜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사람들의 권리를 빼앗아 행복해지는 나라는 없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박원순(왼쪽) 서울시장과 박삼구 한국방문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6 서울국제트래블마트(SITM)’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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