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소현의 일상탈출)(27)네팔..잠깐의 신선놀음

  • 등록 2007-02-09 오후 5:11:54

    수정 2007-02-09 오후 5:11:54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밤새 무섭게 쏟아지던 비는 아침이 밝아오면 거짓말처럼 멈췄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우기를 조금이라도 피해보려고 인도에서 서둘러 네팔로 넘어왔다. 5월말의 네팔, 이미 우기 영향권이었지만 장마때처럼 계속 비가 퍼붓는 건 아니었다. 잠깐씩 소나기처럼 비가 내리다가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활짝 갠다.

▲ 포카라 페와호수의 해질녘 풍경

그래도 파란 하늘에 하얀 눈으로 뒤덮힌 히말라야 고봉들은 도도하게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구름 속에 숨어있다가 아주 짧게 살짝 나타났다 재빨리 숨어버리곤 했다.

인도에서 국경을 넘어 네팔 포카라로 향한 것은 히말라야 산자락을 밟아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에베레스트, 캉첸중가, 초오유, 마칼루, 안나푸르나, 로체..쟁쟁한 최고봉들을 품고 있는 네팔. 히말라야의 8000m급 14좌 가운데 8좌가 네팔에 위치해 있다. 6000m가 넘는 봉우리는 1300개가 넘는다.

그렇기에 네팔은 1년 내내 산악인들로 북적거린다. `등정 성공`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세계 산악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들도 많았지만 아무때나, 아무에게나 허락하지 않는 히말라야기에 수많은 산악인들이 이 곳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비운을 맞이하기도 했다.

▲ 페와 호수에서 다이빙을 즐기고 있는 아이
수많은 산군 중에서도 안나푸르나를 보기 위해 관문도시인 포카라를 택했다. 국경도시 소나울리에서 포카라까지 가는 길은 위험천만이었다. 한쪽은 가파른 계곡이고 다른 한쪽은 돌이 언제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은 돌벽인 길이 구불구불 끊임없이 이어졌다.

복도도 모자라 지붕까지 승객을 실은 고물 버스는 툴툴거리며 힘겹게 길을 달렸다. 뒤로 조금도 젖혀지지 않는 좌석에 앉아 8시간을 가려니 고생길이 따로 없다.

그래도 차창 밖의 절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멋드러진 능선이 겹겹이 쌓여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고 간혹 보이는 산골 마을의 소박한 모습들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버스 안의 승객들은 풍경을 보며 상념에 잠겨 있는가 하면 담소를 나누기도 했으며 깊은 잠에 빠지기도 했다.
 
졸다가 차창에 머리를 부딪히기를 수십번, 머리 한쪽이 얼얼해질때쯤 어둑어둑해진 포카라에 도착했다.

페와 호수를 따라 길쭉하게 형성돼 있는 포카라의 아래쪽에 숙소를 잡았다. 다운타운에서 좀 떨어진 한적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무척 조용했다.

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방금 그쳤나보다. 공기가 상쾌하다. 호수 저편으로 살짝 설산이 보였다가 금새 구름 뒤로 사라졌다.

여행을 떠나와서 너무 빠듯하게 움직여왔다. 하루정도는 편히 쉬기로 했다. 어차피 트래킹을 떠나려면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빈둥거리면서 포카라 시내를 슬슬 둘러보기도 하고 페와 호수 근처를 산책하기도 했다.
집떠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여유로움이다. 사람을 지치게 하는 더위도 없고 진드기처럼 들러붙는 호객꾼도 없다. 인도에서 빼놓았던 혼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

저녁이 되자 페와 호수 너머로 해가 떨어지면서 주변을 붉게 물들여 놓기 시작했다. 배를 빌려 타고 잔잔한 페와 호수 한 가운데로 나아갔다.
 
▲ 살짝 모습을 드러낸 마차푸차레
저 멀리 흰 눈에 덮여있는 `마차푸차레`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선 꼬리라는 뜻의 `마차푸차레`는 정말 물고기 꼬리 모양으로 생겼다. 신성한 곳이라 등정을 금지하는 바람에 안나푸르나 산맥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봉우리다. 그래서인지 붉은 노을을 반사해내는 마차푸차레 봉이 신비감을 더한다.

우기에 운좋게 페와 호수 한 가운데에서 구름 사이로 설산을 보고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다음날 트래킹을 떠나기 위해 포터를 섭외하고 루트를 짰다.트래킹에 필요한 것만 챙겨서 다시 짐을 싸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설레임에 잠이 오질 않았다. 고강도 극기훈련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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