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없으면 월세도 없다'…실업난에 美 임대료 거부 확산

美 주택금융청장 "부동산시장 자금 압박"
실업난 임차인 '월세 거부'…난감한 임대인
美 모기지 대출 부실 우려, 또다른 뇌관
  • 등록 2020-04-05 오후 7:53:18

    수정 2020-04-05 오후 7:53:18

미국 뉴욕주의 한 공원 난간에 2일(현지시간)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촉구 메시지가 걸려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원다연 김정남 기자] ‘월세 거부(Rent Strike 2020)’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고 있는 미국에서 요즘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실업대란에 일자리를 잃어 월세를 내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탓이다. 일자리를 잃어 월세 낼 돈이 없으니 당분간 면제해달라는 요구다.

향후 수천만명이 실직하는 최악의 실업난이 닥치면 대출 연체율이 늘어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위기가 또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0여년 전 금융위기를 불렀던 서브프라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회사채 자금 경색에 이은 또다른 위기의 뇌관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마크 칼라브리아 미국 연방주택금융청장은 “미국 경제 활동이 3개월 이상 차질을 빚으면 국책 모기지 업체인 페니매와 프레디맥이 정부에 지원책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국 모기지 대출기관은 국책 기관인 페니매와 프레디맥으로부터 보증을 받아 대출을 한다. 문제는 매달 월급을 받아 이자 혹은 임대료를 내는 이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으면 이자는 커녕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미국에는 주급 혹은 월급을 받아 바로 그달 월세와 생활비 등으로 쓰는 사람이 다수다.

임차인이 월세를 못내면 임대인도 난감해진다. 건물을 지을 때 빌린 은행 대출과 각종 세금과 공과금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 있어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미국의 비(非)은행 모기지 대출기관의 신용등급 전망을 당초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칼라브리아 청장은 “이런 상황이 2~3개월을 넘어가면 부동산 대출시장에 실질적인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인) 서브프라임 사태 같은 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주택금융청에 따르면 이번달 1일 약 30만가구가 페니메이와 프레디멕에 대출 상환 유예를 신청했다. 게다가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칼라브리아 청장은 “대부분 사람들이 3월 중순까지는 임금을 받았다”며 “3월분을 상환했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5월에는 갚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 거부 움직임이 문제인 것은 부동산 시장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닌 탓이다. 부동산 대출의 일부만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져도 금융기관의 시스템 리스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모기지 부채는 약 3조달러(3708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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