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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들’이 다녀간 지 열흘도 더 지난듯하다. 정확하겐 잘 모르겠다. 그간 무기력이 시간을 지배해서일까. 매일 온갖 매체에서 찢어발기는 통에 더 시간에 무감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검찰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다혜 씨는 “여하튼 며칠 집에 들어가질 못했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괜스레 불안했다. 난 그제야 범죄자도 아닌데 집을 압수수색을 당한다는 것이 진정되기엔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일임을 깨달았다”며 “설명할 길이 없는 꺼림칙함. 수치심이 물밀듯 밀려왔고 당황스러웠다. 수 시간 뒤져질 때만 해도 부끄러울 것 없으니 괜찮다 자위했는데 막상 종료 후 그들이 돌아가고 나니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열리고 닫히길 반복한 서랍들이 서걱거리며 소리를 내는 듯했고 눈으로 샅샅이 훑고 간, 그러나 증거물로 채택되지 않고 남겨진 것, 그전까진 애정했던 내 것들을 마구 다 버리고만 싶었다”며 “채광을 위해 환하게 뒀던 창에는 두꺼운 암막 커튼을 달았다. 그러고는 그 방에서 하릴없이 일어나 다시 잠자기를 반복할 뿐”이라고 적었다.
다혜 씨는 “‘그들’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다. 동시에 그들도 말이고 나도 말에 불과하다. 이것은 자명하다”며 “나는 내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기 위해 지르밟고 더럽혀져야 마땅한 말일 뿐이고 그들은 대통령은 물론 당 대표까지 ‘그들’ 출신으로 구성된 된 초유의 정국에서 뭐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고단한 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요하게 지난 근 10여년 간 모든 사생활이 국민의 알권리로 둔갑해 까발려졌다”며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이러한 일에 인격이 말살 당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무감해지는 사람은 없다”며 글을 맺었다.
지난달 31일 다혜 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한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서 씨의 취업 이후 다혜 씨 가족에게 생활비 지원을 끊었다면, 서 씨의 수입만큼 경제적 이득을 본 셈이고 이것을 뇌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혜 씨는 검찰로부터 주거지 압수수색을 당한 다음 날인 지난 1일 오후 SNS에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에 나오는 대사를 깨진 유리 사진과 함께 올렸다.
그는 “그 개구리가 되어보면요. 머리는 빙빙 돌고 몸은 늘어져 가고 숨은 가늘어지는데도 ‘그 돌을 누가 던졌을까’, ‘왜 하필 내가 맞았을까’ 그것만 되풀이하게 돼요”라는 대사를 인용한 뒤, 드라마 영문 제목인 ‘The Frog’를 덧붙였다.
또 검찰이 문 전 대통령과 다혜 씨 부부가 이른바 ‘경제공동체’였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주력하는 가운데, 다혜 씨는 지난 4일 “‘경제공동체’란 말을 만들어서 성공했던 자리 다시금 추억의 용어를 소환해서 오더(?)를 준 건가. 그런데 우리는 ‘경제공동체’ Nope! ‘운명공동체’인 가족인데?”라며 “이제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했다.
다혜 씨는 문 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손을 꼭 잡고 있는 사진도 남겼다.
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3일 SNS에 “통도사 메밀밭”이라는 글과 함께 15초가량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흐린 하늘 아래 홀로 메밀밭을 바라보는 문 전 대통령의 뒷모습이 담겼다. 이후에도 여느 때와 같이 ‘평산책방 지기’로서 책을 추천할 뿐이었다.
한편, 전주지검은 지난 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서 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를 맡았던 청와대 전 행정관 신 모 씨를 상대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그러나 신 씨가 검찰 측 질문 대부분에 증언을 거부하면서 신문은 한 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신 씨는 다혜 씨의 태국 이주 과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
문 전 대통령은 불출석했고, 수감 중인 이 전 의원은 영상중계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