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연출가 김정한(왼쪽), 안무가 정소연(사진=옐로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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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랑데부’(사진=옐로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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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서울 강서구 LG아트세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랑데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실험성’이다. 움직이는 트레드밀을 설치한 런웨이 형식의 무대에서 단 두 명의 배우가 퇴장 없이 1시간 40분간 극을 이끄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배우들이 시작과 끝 지점만 정해져 있어 매 공연 때마다 템포, 움직임 등 구성이 달라지는 현대 무용인 ‘접촉 즉흥’(Contact Improvisation)을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점도 돋보인다.
최근 ‘랑데부’ 대기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작·연출가 김정한과 안무가 정소연은 “처음 시도해보는 요소들이 많아 떨리는 작업이었다”며 “정직하고, 치열한 준비 과정을 거쳐 완성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인 만큼 뿌듯함을 느끼며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랑데부’는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남녀가 아픈 과거를 함께 풀어가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만의 정해진 법칙에 스스로를 가두는 남자 태섭(박성웅·최원영 분)과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듯한 삶을 살아가는 지희(문정희·박효주 분)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촘촘하게 펼쳐진다.
| 연극 ‘랑데부’(사진=옐로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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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랑데부’(사진=옐로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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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 형식의 무대는 대본을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김정한은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기도 하면서 쉽사리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자 대결 이야기를 직선적인 미장센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마치 펜싱 경기장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레드밀 장치를 활용한 이유에 대해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서로를 향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접촉 즉흥’은 변수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인물인 태섭이 지희에게 마음을 열며 변화를 맞이하는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극에 도입했다. 김정한은 “‘모든 것이 계산된 채로 살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는 철학적인 퍼포먼스”라며 “관객이 그와 같은 퍼포먼스를 펼치는 배우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정한과 뮤지컬 ‘스페셜 파이브’와 ‘드리머’를 통해 호흡을 맞춘 인연으로 ‘랑데부’에 합류한 정소연은 “‘접촉 즉흥’은 연극에서 시도해 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연습 과정에 대해선 “배우들이 손을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게 하는 것부터 시작했고, 점차 몸과 눈빛으로 대화하며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자연스러워질 수 있게끔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채, 순간순간의 선택으로 동작을 이어나간다는 점에서 작품의 메시지와 착 붙는 지점이 있다고 느낀다”면서 “연습 당시 창작진과 배우들 모두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눈시울을 붉힌 적도 있다”는 비화를 밝혔다.
| 작·연출가 김정한(왼쪽), 안무가 정소연(사진=옐로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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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실험성’은 곧 ‘신선함’과 ‘특별함’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랑데부’가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 개막 후 김혜수, 이영애, 장현성, 오정세, 박정민, 장나라, 심이영, 장승조, 신은정 등이 공연장을 찾는 등 배우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다는 전언이다.
김정한은 “땀과 눈물을 쏟으며 영혼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불과 1m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지켜보며 미세한 호흡과 손 떨림까지 느낄 수 있는 연극은 결코 흔치 않다”며 “많은 분이 공연장을 찾아 특별한 경험을 함께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소연은 “‘울고 웃다가 감동 받고 힐링 받고 가요’라는 리뷰가 인상 깊었다”면서 “치열하게 달려왔던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작품이라는 점 또한 ‘랑데부’의 매력”이라고 말을 보탰다.
‘랑데부’는 오는 21일까지 공연한다. 미국 극단 리빙씨어터 출신인 김정한과 현대 무용 전공자이자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한 바 있는 정소연은 올 하반기 각각 연극 ‘로제타’와 뮤지컬 ‘리히터’로 작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