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과 보험사들이 최근 현금 보관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가 지난 3월 금리를 인하한 이후 시중은행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앙은행에 현금을 예치하면 연 0.4%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ECB가 지난 2014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유럽 은행이 낸 수수료만 26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은행이 현금을 쌓아놓기보다 민간에 적극 대출할 것이고, 돈이 돌면서 경제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했지만 의도와는 달리 은행에 현금이 쌓이고 있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ECB는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은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전자화폐를 현찰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유로화 규모는 1조870억유로에 달하고, 중앙은행에 예치해놓은 유로는 9880억유로 수준이다. 합하면 2조유로가 넘는다.
시중은행은 현찰을 보관할만한 금고가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보안도 걱정이다. 은행 강도나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해 보험을 들면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내는 수수료보다 비싸다. 한 은행은 보험료가 0.5~1%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칫 ECB에 내는 0.5%보다 비싸고 스위스 중앙은행이 물리는 수수료 0.75%와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처럼 대규모 현금을 찾아갈 때 중앙은행이 승인해줄지도 의문이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통화정책이 무력해지니 막을 수밖에 없다. 실제 한 스위스 연금펀드는 스위스 중앙은행(SNB)에 현금 인출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