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민 해경청장 퇴임.. "해경,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33년 3개월 만에 공직생활 마무리
"앞으로 해경 역할 더 막중해질 것"
"소통하면서 국민 사랑·신뢰 받아야"
  • 등록 2018-06-22 오전 11:00:00

    수정 2018-06-22 오전 11:00:00

해양경찰청,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16기억저장소는 지난 18일 세종시 국세청 대강당에서 신간 ‘그리운 너에게’ 관련 ‘세월호 북 콘서트’를 개최했다. 박경민 청장(왼쪽에서 두번째)도 참석해 해양안전을 약속했다. 해경과 세월호 유가족이 북 콘서트 행사를 여는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이다. [사진=해양경찰청]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이 “해양경찰 활동의 기준을 수요자인 국민의 요구,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라”며 해경의 혁신을 당부하고 나섰다. 33년 3개월 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해경에 밝힌 마지막 당부다.

박경민 청장은 22일 세종시 국세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을 통해 “평생 가족이 된 해양경찰인의 한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한 가지만 당부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고도 정보화 사회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의 시대, 300해리 너머 바다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청장은 “다가오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에 해양경찰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막중해질 것임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내ㆍ외부와 소통하고 외연을 확장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모습 지켜보며 응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해경은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11월 해체돼 국민안전처로 편입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민안전처가 사라지면서 해경은 2년8개월 만인 지난해 7월26일 해수부 산하 독립 외청으로 부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신임 해경청장에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을 내정했다. 조 신임 해경청장은 오는 25일 오후 2시 국세청 대강당에서 취임한다.

박경민 해양경찰청장 퇴임사

사랑하는 전국의 해양경찰 가족 여러분! 먼저, 이 시간에도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 해양안전 확보와 주권수호를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해양경찰 동지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오늘, 지난 1년여간 여러분과 함께한 때론 가슴 벅차고, 때론 험난했던 ‘항해’를 마치고 명예로운 해양경찰청장직을 마감하며 작별의 인사를 고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7월 27일 해체되었던 조직의 부활과 더불어 부임한 이후 독도, 이어도 및 서해5도를 잇는 대한민국 해양영토 최전방 현장은 물론, 해수욕장과 낙도 출장소 등 해양경찰의 숨결이 닿는 전국을 누비며 해양경찰을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P정에서 잠을 자고, 지휘부와 함께 혹한의 바다에 뛰어들고, 헬기에서 외줄에 매달려 함정에 오르며 현장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고 직원들의 노고를 이해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취임 초 세월호 사고수습본부와 진도 팽목항 합동분향소 참배를 시작으로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참배와 가족협의회 임원들과의 간담회, 최근 개최했던 “그리운 너에게” 북 콘서트 등 조직의 아픔을 씻고 ‘용서와 화해, 그리고 새로운 다짐’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였습니다.

2년 8개월간 아픔의 해체기를 겪고 독립한 조직의 체제 안정과 해양에서의 국민안전 책임 명령을 받고 부임한 이래 저와 우리 해경은 결산, 예산, 국정감사 등 국회 대응, 대통령을 모신 해양경찰의 날 행사, 거기에 더하여 흥진호 나포사건, 영흥도 낚시어선 사고를 통해 혹독한 신고식도 치렀습니다.

금년 들어 몇 건의 사고가 있었지만 해양사고 예방과 사고의 신속한 대응은 물론 해양주권 수호, 해양치안, 해양오염방제, 외국 해양경찰과 국제교류 강화 등 우리에게 부여된 임무를 잘 수행하여 조직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고 국민의 신뢰가 쌓여 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전 직원들이 해경 독립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하나로 뭉쳐 조직의 역량을 보여 준 결과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돌이켜 보면, 32년 경찰생활의 경험만 믿고 겁 없이 달려든 해양경찰은 결코 만만한 조직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차장님을 중심으로 본청 국장님들부터 일선 함정, 출장소 근무자들까지 각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주셔서 임기 중 대과 없이 소임을 무사히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혹시, 재임 중 저의 신중하지 못한 말이나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혜량 하옵기 바라고, 조직과 임무에 대한 애정으로 이해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최고의 직위인 치안총감까지 올라 명예롭게 퇴임하게 되었지만, 해경청장으로서는 해양경찰 독립의 완성이라 할 인천청사로의 환원까지 마무리하고 조직을 떠나고 싶었던 아쉬움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여간 해체기의 공백을 메우고 재조해경 백년대계의 초석을 다지는데 일조했다고 자평하고 그 초석 위에 신임청장이 조직을 더욱 탄탄히 하여 해경독립을 완성하고 재조해경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에서 전임해온 청장으로서, 평생 가족이 된 해양경찰인의 한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한 가지만 당부하고자 합니다. 임기 중 제가 늘 강조해온 것처럼 해양경찰 활동의 기준을 수요자인 국민의 요구,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것입니다. 고도정보화 사회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의 시대, 300해리 너머 바다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가오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에 해양경찰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막중해질 것임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내·외부와 소통하고 외연을 확장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신임 조현배 청장은 누구보다 지와 덕을 갖추고 조직의 신망을 받는 분입니다. 청장을 중심으로 ‘내일보다 오늘이 더 안전한 바다’라는 비전을 꼭 달성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오늘, 33년 3개월의 공직 생활을 마감하면서 이 자리를 빌려 가족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저를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해주신 부모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기도하시는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장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자식을 30년 넘게 경찰 조직에 맡기시고 제가 승진하고 영전할 때의 기쁨도 잠시, 하루도 마음 편안할 날 없는 경찰 생활하는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며, 당신들의 주름은 하루 하루 더 늘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일 핑계나 시간이 없다는 말은 못할 테니 자주 찾아뵙고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겠습니다.

또한, 기도와 격려로 늘 성원해준 형제·자매, 변함 없는 애정 보여주시고 오늘 이 자리까지도 함께 해주고 계시는 동료, 친구, 선후배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이제 더욱 많은 정 나누며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황은희 여사! 결혼 전 주위에서 ‘경찰관이 직업인 신랑은 얼굴 보기 힘들 것’이라는 협박성 조언을 듣고도 흔쾌히 시작한 결혼 생활이 벌써 30년이 되었네요.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에도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에 다니던 일부터 양육과 교육 등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살아오면서 부부싸움도 종종 했었는데 그 원인이 거의 내게 있었음을 시인하고 반성합니다.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재연이, 시준이! 아빠가 많이 보살펴 주지도 못하고, 지원해 주지도 못했지만 몸도 마음도 건강한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해줘서 고맙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약속하겠습니다. 이제 몸도 마음도 여유를 갖고 버킷리스트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하지 못해 아쉬웠던 것들을 찾아 함께하고 서로의 정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더 많이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랑스러운 해양경찰 가족 여러분! 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해양경찰 여러분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해양경찰의 독립과 더불어 취임한 청장으로서 해경을 알고자 노력하고 진정으로 해경을 사랑했던 청장! 박경민으로 기억해 주십시오.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고 더 없이 큰 영광이었습니다! 자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 6. 22. 해양경찰청장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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