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박근형이 지켜본 이순재 연기…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 오마주 작품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서 개막
이순재·카이·최민호 등 출연
국내 초연작…12월 1일까지 공연
  • 등록 2024-09-13 오전 11:11:11

    수정 2024-09-13 오전 11:11:11

(사진=파크컴퍼니)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넌 연기를 못해. 훈련이 너무 안 되어 있어.”

아흔을 앞둔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가 연극계에 갓데뷔한 샤이니 멤버 최민호를 바라보며 꺼낸 말.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12일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펼쳐진 장면. 신선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흡인력 있는 이야기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전 세계 각국에서 공연 중인 고전 명작인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해 만든 작품이다. 미국 출신 배우 겸 극작가 데이브 핸슨의 대표작으로 ‘2013 뉴욕 국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헝가리, 뉴질랜드 등지에서 공연했다. 국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은 대역 배우 에스터와 밸의 이야기를 다룬다. 에스터와 밸은 각각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역의 대역 배우라는 설정이다. 두 사람이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장의 허름한 지하 분장실에서 예술, 인생, 연극 등에 대화하며 언제 찾아올지 모를 출연 기회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연출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을 약 1시간 30분 동안 펼쳐낸다.

(사진=파크컴퍼니)
캐스팅 라인업을 ‘연륜 있는 에스터-햇병아리 밸’ 조합과 ‘젊은 꼰대 에스터-늦깎이 신입 밸’ 조합 두 가지로 구성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날 공연에서는 이순재가 ‘연륜 있는 에스터’ 역을, 최민호가 ‘햇병아리 밸’ 역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최근까지 공연한 신구, 박근형 주연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오경택 연출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지점. 작품에는 ‘고도를 기다리며’ 대사를 읊는 신구와 박근형의 음성이 종종 효과음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날 객석에는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각각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역을 연기한 신구와 박근형과 럭키 역을 맡은 조달환이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고도를 기다리며’ 출연진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관람하는, 대배우들이 대배우의 연기를 지켜보는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된 가운데 이순재와 최민호는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극을 끌어나갔다.

(사진=파크컴퍼니)
(사진=파크컴퍼니)
‘연륜 있는 에스터’는 ‘기다림’이 익숙한 무명 배우. 자신 또한 작품 출연 이력이 변변치 않으면서도 ‘햇병아리 밸’에게 갖은 조언을 쏟아낸다. 이순재는 노련미를 풍기는 연기로 고집 있으면서도 따듯한 면이 있는 에스터를 표현해 관객의 이목을 작품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했다.

아직은 ‘기다림’이 낯선 ‘햇병아리 밸’은 ‘연륜 있는 에스터’와 말씨름을 하면서도 그의 조언과 연기 지도에 귀 기울이며 순수한 매력을 발산하는 인물. 최민호는 건강하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연기로 설렘을 품고 살아가는 밸을 표현해 극에 활력을 더했다.

에스터와 밸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며 꿈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는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철학적으로 펼쳐낸다는 점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감상 포인트다. 적재적소에 실소와 폭소를 터지게 하는 대사와 장면을 집어 넣었다. ‘고도를 기다리며’ 주인공들이 하염없이 기다리는 실체 없는 ‘고도’를 ‘연출자’라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대상으로 변환시키는 등 원작을 한층 가볍게 재해석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사진=파크컴퍼니)
작품에는 또 한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원작에서 두 주인공에게 변화를 일으키는 소년을 변주해 만든 캐릭터인 무대 조감독 로라다.

로라는 공연용 구두를 찾기 위해 분장실에 방문하는 로라는 ‘연출님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연기보다 큐 사인을 주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하며 에스터와 밸에게 자극을 준다. 박수연이 당찬 캐릭터인 로라 역으로 분해 실제 무대 조감독이 아닌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꿈을 향한 진심으로 애달픈 기다림의 시간을 버티는 이들의 이야기다. 이순재, 최민호, 박수연을 비롯해 카이(햇병아리 밸 역), 곽동연(젊은 꼰대 에스터 역), 박정복(늦깎이 신입 밸 역), 정재원(로라 역) 등이 번갈아 출연하는 이 작품은 12월 1일까지 공연한다.

(사진=파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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