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美 금리인하가 의미하는 바는?

  • 등록 2002-11-07 오후 3:07:30

    수정 2002-11-07 오후 3:07:30

[이진우 칼럼니스트] 그린스펀 FRB 의장은 역시 예사롭지 않은 인물입니다. 6일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라 할 수 있는 연방기금 금리(Federal Fund rate)를 기존의 1.75%에서 1.25%로 0.50% 포인트나 낮췄습니다. 25b.p.정도의 금리인하 폭을 예상하고 있었던 국제금융시장은 이제 그러한 액션의 배경과 향후 시사점을 읽어 내고자 분주합니다.

한 번 커지기 시작한 환율 변동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나라 바깥이나 안에서 벌어지는 달러 매수와 매도 공방이 치열하다 보니 환율은 연일 춤을 추고 있습니다. 오늘 서울 외환시장은 1214원의 지지여부를 두고 한 바탕 전투를 치르고 있군요. 상당히 주목 받아온 FOMC의 금리인하 폭이 50b.p.로 결정된 이 시점에 그 의미와 향후 환율 방향성을 한 번 정리해 보고 갈까요?


◆왜 이 시점에 50b.p.나 금리를 떨어뜨렸나?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약간의 수고만 들이면 FOMC의 금리인하 배경과 그 영향력 등에 대한 분석기사는 인쇄용지가 부족할 정도로 뽑아 읽을 수 있다. 동일한 사안과 재료에 대해서도 각자의 뷰(view)가 다르면 그 해석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필자로서는 여기저기 제시된 분석이나 전망들을 정리하기 보다는 필자 나름대로의 해석을 밝히는 것이 낫다고 본다.

첫째, 미국은 지금 “불확실성의 제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 9월 테러사태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라는 망령에 시달려 왔다. 추가테러에 대한 우려, 부시 행정부가 밀어 붙이고 있는 ‘악의 축’과의 전쟁 가능성, 좋았다가 나빠졌다가도 미련을 버리기에는 아쉬운 경제지표 등등……

그런데 우선 정치적인 불확실성을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집권 공화당 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제거했다. 판결로 뽑힌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태생적 약점을 지니고 흘러왔던 부시 행정부는 이번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로 말미암아 향후 정책입안 및 실행에 있어서 보다 힘을 갖추게 되었으며, 세금감면이나 대이라크 전쟁 등 선거전 공약과 현재 계획중인 일들을 잡음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린스펀 FRB 의장이 11월 FOMC 정례회의에서 아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0.50% 포인트의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던졌고 추가적인 경기침체의 위험과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밝혀 정책기조를 “경기둔화 우려”에서 “중립”으로 전환하는 고단수의 코멘트를 시장에 선물로 남겼다. 어정쩡하게 시장에서 예상하던 25b.p. 인하로 인해 12월에 가서 다시 25b.p. 추가인하 가능성을 두고 시장이 왈가왈부 할 여지를 아예 없애면서 “금리인하는 여기까지다.”라는 사인을 주었으며, 동시에 급격한 미국 경기의 회복세를 자신하는 것도 아니지만 더 이상 나빠질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둘째, 어쩌면 그린스펀도 50b.p. 추가 금리인하라는 재료 이후에 미국 증시 및 채권시장, 그리고 달러화의 시세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부에서 분석하듯이 이번 FRB의 금리인하 조치는 증시부양을 통한 미국 내 소비활동의 확대와 그로 인한 경기확장을 노린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 그 동안 금리인하 가능성이라는 재료로 상승랠리를 지속해 온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 뉴욕증시가 실제 금리인하가 단행된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한다면 지난 10월10일 이후의 상승랠리는 보다 믿을만한 추세전환으로서의 지위를 다지게 된다.(“Buy on rumor, sell on fact”라는 시장 격언이 있듯이 그저 금리인하라는 재료에 기댄 상승세였다면 향후 뉴욕증시는 그 동안 벌어놓은 상승폭을 까먹기 시작할 것이다. 반면, 미 국채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증시가 단기조정 후 랠리를 이어간다면 최악의 국면은 이미 지났음을 의미하게 된다).

최근 달러화의 주요통화 대비 약세현상도 금리라는 변수로 설명되어져 왔다.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FRB가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아직 요원함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고 따라서 달러표시자산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면서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달러매도 포지션 구축이 이뤄져 왔는데(그래서 유로화는 다시 1달러선을 넘어섰고 달러/엔 환율은 121엔대 중반까지 밀려났다), 이제 FRB의 뒤를 이어 ECB(유럽중앙은행)도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의 여부와 유로화 및 엔화가 달러대비 강세를 지속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유로화가 소위 달러대비 등가(等價 :Parity)수준 위에서 계속 거래가 될 것인가와 달러/엔 환율이 121.30~40 정도에 위치한 기술적 지지선 아래로 추가급락 할 것인가에 주목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 우리 원화환율은 그럼 어떻게 되나?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1월중 콜금리 목표를 현 수준인 4.25%로 유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한국과 미국간의 금리격차는 더 벌어졌다. 고금리 통화가 저금리 통화에 비해 강세를 띠게 될 것이라는 전통적 이론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달러를 예치하는 것보다는 원화로 환전하여 예금할 때 훨씬 많은 이자수익을 누릴 수 있어 원화수요 요인이 된다면 쉽게 이해가 된다).

반면 양국간의 이자율 차이를 감안할 때 달러/원 선물환율(forward rate)은 현재 시점의 환율보다 더 높게 형성될 수 밖에 없어 선물환율이 미래 현물환율의 불편추정치(不偏推定値)가 될 수 있다는 이른바 선물환平價이론(Forward parity theory)과는 앞서 말한 금리격차(interest differential)에 따른 고금리통화의 강세가능이라는 명제가 서로 부딪힌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선물환평가이론이 잘 맞는 경우도 드물어 금리변동으로 향후 환율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국제외환시장에서도 FRB의 금리인하가 계속 달러화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그 또한 엔화가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약세로 전환하면 한 번 해보는 소리에 불과하다.

시장 움직임은 움직임 그 자체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향후 환율을 예측함에 있어서는 이론적인 접근보다는 가격 움직임 그 자체에서 힌트를 얻어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안으로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서울 외환시장이 언제까지 “달러/엔 장세”로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엔/원 980원대에서 1020원까지 몇 번의 출렁거림이 있었으나 결국은 시장참여자 모두가 편안하게 여기는 엔/원 수준은 아직까지 100엔당 1000원 수준임이 나타나고 있다. 증시나 수급요인보다는 아직 달러/엔 환율의 레벨에 따른 장중 등락 및 개장가 결정이라는 범주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장세인 만큼 당분간은 달러/엔 환율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121.30 근처에서 두 번에 걸쳐 형성된 바닥이 무너지고 달러/엔 환율이 120엔 아래까지 내려설 정도의 글로벌 달러약세가 재개된다면 달러/원 환율도 궁극적으로 1100원대 환율로 다시 내려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달러/엔 환율이 121엔대에서 바닥을 다지고 위로 방향을 틀게 되면 달러/원 환율도 더 이상 쉽게 빠지기는 힘들다. 달러 회복세가 뉴욕증시의 상승세와 맞물려 이루어진다면 우리 원화는 달러/엔을 따라가야 할지 증시에서의 추가적인 달러매물 압력에 따라 절상추세를 재현해야 할지 애매해진다는 얘기다. 달러/엔 동향을 무시하고 자체적인 수급이나 펀더멘털 요인만으로 환율 방향을 논하기에는 아직 역내외 시장참여자들의 엔화 움직임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다.

둘째, 단기적으로는 1214원의 지지 혹은 붕괴여부에 따라 연말 환율의 레벨이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1267원에서 환율이 내려오는 와중에 한 동안 격전이 치루어졌던 레벨은 1228원 레벨이었다. 그 근처에서 한 차례 들어올리다 밀리는 와중에 1164원에서 1267.50원까지의 환율 상승장에 대한 조정국면은 38.2%가 아니라 50% 혹은 61.8% 되돌림 수준까지 가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는데(물론 단순한 조정국면 차원이 아니라 하락추세의 재현이라는 전망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점이다), 지금 시장에서 주목하는 레벨인 1214원이 얼추 50% 되돌림 수준이며 1214원의 붕괴는 추가적으로 1200원대 초반까지의 추가하락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1214원의 하향돌파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11월7일(목요일) 오전 장세에서 느껴지는데, 엔화강세(달러/엔 하락) 및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지속이라는 완벽한 환율하락 여건 하에서도 1214원은 단단히 지켜지고 있다. 여기에서 이중 바닥(double-bottom)을 형성하고 1267원대에서 1214원까지 53원 정도 환율이 떨어진 것에 대한 기술적 반등 내지 단기추세 전환을 이루자고 덤비면 그 또한 나름대로 말 되는 장세가 된다.

11월 첫 칼럼에서 제기한 “환율이 갇혀 들 가능성”이 아직은 유효하다. 시장을 주도하던 역외세력도 최근 부쩍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고, 레인지 장세로 흘러가는 듯한 상황에서 다시 국책은행과 포지션 크게 들고 왔다갔다 하는 몇몇 시중은행들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사소한 재료의 변화에도 이미 커진 환율 변동성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급등 아니면 급락장세를 거듭하고 있고, 기회가 왔을 때 아주 뿌리를 뽑겠다는 심정으로 시세를 형성하다 보니 적정한 레벨에서의 손절 기회도 주어지지 않아 롱플레이어들이나 숏플레이어들 할 것 없이 “버티기”로 들어서는 모습도 관찰된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며칠간의 달러/엔 환율이 절대적이다. 서울에서의 달러수급이란 것이 참 묘해 환율이 빠지는 시점에는 매물만 부각되고 환율이 오르는 시점에는 결제수요나 역외매수세 밖에 안 보인다. 1214원의 하향돌파 이후 추가하락이냐, 아니면 1214원을 단기바닥으로 삼아 반등에 나서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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