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못 가면 '개근거지'라 부르는 한국 아이들"…외신도 주목

"여행을 자신의 지위 과시 방법으로 간주"
  • 등록 2024-07-09 오전 11:05:11

    수정 2024-07-09 오전 11:19:52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우리나라 초등학생 사이에서 학기 중 해외여행 등 체험학습을 신청하지 않고 개근하는 친구를 ‘개근거지’라 부르며 비하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외신은 이러한 표현과 관련해 한국의 치열한 경쟁 사회 속 ‘압박 문화’에 대해 조명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게티이미지)
지난 6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개근 거지는 누구인가? 일하고 공부만 하며, 즐기지 못하는 한국 젊은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SCMP는 “한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여가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한다’라는 관점이 유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개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최근 변했다고 소개했다. 개근은 그동안 도덕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최근 젊은 세대에게는 돈과 휴식시간이 부족해 여행을 갈 수 없는 사람들만이 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SCMP는 지난 5월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 A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A씨는 “아들이 친구들로부터 개근거지라는 놀림을 받아 울었다”며 “학기 중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는 안내는 받았는데 안 가는 가정이 그렇게 드물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당시 A씨는 외벌이로 월평균 300만~350만 원의 수령액을 받아 생활비와 집값을 갚고 나면 여유 자금이 없지만 아들을 위해 여행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A씨는 국내여행을 제안했으나 그의 아들은 “체험학습도 다른 친구들은 괌, 싱가포르, 하와이 등 외국으로 간다고 하더라”라며 해외 여행을 원했다. 결국 아내와 상의 끝에 A씨는 아내와 아들 둘이서만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로 했다.

A씨는 “요즘은 정말 비교문화가 극에 달한 것 같아 사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SCMP는 “한국 전문가들은 ‘개근거지’라는 표현을 물질주의와 성공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의한 사회적 압박과 관련 있다고 본다”며 “해외여행을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간주하며, 성장기에 이 같은 단어를 듣는 아이들은 평생의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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