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추가 규제로 보완 필요"

이석준 판사,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연구
"진입·영업행위·공시규제 추가 규정 필요"
"금융투자업과 동일 규제하면서 개별성 고려"
  • 등록 2024-01-16 오전 11:30:20

    수정 2024-01-16 오전 11:32:35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지난해 제정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적으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현직 판사의 의견이 제기됐다.

사진=게티이미지
이석준(사법연수원 40기)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최근 학술지 ‘사법’에 투고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진입·영업행위·공시규제의 적용방안 연구’ 논문을 통해 “현행 법령과 법원의 해석만으로는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기에 용이하지 않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그동안 견해가 대립됐던 투자자 보호 여부에 대해 긍정하는 것으로 입법적 결단을 내린 의의가 있다”면서도 “다만 이 법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영업행위규제 중 일부 및 불공정거래규제에 대해서만 규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래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2단계 입법이 예정돼 있는 바, 2단계 입법에서 진입규제, 영업행위규제, 공시규제를 추가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투자업자와 비교할 때 유사한 위험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를 하면서 세부적으로 가상자산시장의 독자성과 개별성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판사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진입규제가 필요한 이유로 과거 판례를 예로 들었다. 지난 2017년 말 비트코인캐시 급등락 사태 당시 일부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자 시간당 주문량이 20만건 이상으로 치솟고 대량의 주문이 쌓인 상태에서 거래소 서버에 과부하가 발생했다. 전산장애로 거래소가 서비스를 중단하는 바람에 제때 이를 매각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사건이다.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책임을 물었지만 법원은 “거래소에 전상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정도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투자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사는 “자본시장법은 증권거래소에 대한 진입규제로서, 허가요건 중 하나로 ‘충분한 인력과 전산설비, 물적 설비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사업자에게도 이같은 진입규제가 법제화되지 않으면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있어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행위규제와 관련해서도 “투자권유단계에서의 투자자보호의무가 문제된 사안들이 있었다”며 “이 경우 민사상 신의칙으로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무를 인정할 여지는 있었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해석을 할 여지가 적어지는 부분도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관련 판례를 보면 가상자산의 선물마진거래에서 투자자(원고)가 설명 동영상을 이해하지 못해 포기한 것을 알면서도 해당 투자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투자권유·대행자(피고)의 잘못을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만약 이 사건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적용됐자면 투자 내용 설명이 부실한 것에 대해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이 넉넉히 인정됐을 것”이라고 봤다.

이 판사는 공시규제와 관련해서는 “현행법상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발행공시에 관해 어떠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자율규제방식으로도 백서의 내용이 사실과 상이하거나 공시가 잘못된 경우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다”며 “투자자로서는 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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