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마약 매매·투약 미성년자 잡다보니…131명 무더기 검거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경찰이 이른바 ‘던지기’ 수법 등으로 각종 마약류를 매매하고 투약한 미성년자와 성인 등 마약사범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지난해 2월27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지역에서 마약류 대마 판매자(오른쪽)와 구매자(왼쪽 세명)가 만나 대면 거래하는 모습이 경찰에 포착된 모습.(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26일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미성년자 등 마약류 매매·투약자 총 131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조직폭력배 A(32)씨 등 19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21년 4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성년자에게 필로폰을 제공하는 성인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필로폰을 투약한 미성년자와 성인들을 특정하고, 이들과 연결된 상·하선 수사를 확대해 마약류 공급·매매자 등 연결고리를 추가로 파악해 약 2년간 총 131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조폭 A씨 등 개별 판매자 39명은 202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필로폰·합성대마·대마·LSD 등 각종 마약류를 밀수해 SNS 텔레그램 등에서 이른바 ‘던지기’ 등 수법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마약류 매수·투약자 92명은 이 같은 방법으로 취득한 마약류를 수도권 일대 숙박업소와 주거지 등지에서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필로폰·대마·엑스터시 등 마약류 1.5㎏과 범죄수익 현금 약 1000만원을 압수했다.

특히 이들은 SNS와 랜덤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들과 만나 마약류를 제공하거나 함께 투약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미성년자 대부분은 성인 마약사범과 학교·동네 친구들을 통해 처음 필로폰을 접했지만 이후 중독으로 투약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 최연소 피의자 B(18·여)양은 경찰 조사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후 몇 시간이 지나면 우울해지고 또 투약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며 “필로폰 제공자들이 나쁜 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중독 증세로 계속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만났다”고 진술했다.

B양은 지난 2021년 당시 16세 나이로 마약을 접해 경찰에 입건됐고 수사가 확대됐다. B양은 이후 가족들의 보호와 관심 속에 치료를 받고 검정고시에 합격해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학을 전공하고 싶다며 현재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단약 사례로 꼽힌다.

이번에 검거된 마약사범 중 미성년자는 총 15명(구속 1명)으로, 이들이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필로폰을 제공하거나 함께 투약한 20~50대 성인은 17명으로 파악됐다. C씨는 2021년 당시 18세 미성년자로 필로폰 투약 및 판매 혐의로 한 차례 불구속 입건된 후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대 투약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돼 결국 구속됐다. 마약류관리법상 미성년자에게 필로폰을 공급·투약할 경우 법정형 기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미성년자에게 마약류를 공급하거나 함께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과 법원에서 법정 최고형을 구형 및 선고해 엄벌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찰은 미성년자에게 마약류를 제공하는 중대 범죄자들을 철저하게 수사해 가장 중한 형을 받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 한 번이라도 마약류에 노출되면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체계적인 조기 예방 교육이 이뤄지도록 관련 부처·기관의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청소년 등 젊은 세대의 마약류 문제를 개인 일탈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보고 근절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이 지난달 18일 마약사범 피의자 주거지 한 곳에서 압수한 필로폰 등 마약류 투약용 주사기들.(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