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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중개업체 에이온에 따르면 올해 1~6월 가뭄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액은 총 13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2019~2021년 3년 평균 피해액 대비 4.7배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의 가뭄은 단순 피해뿐 아니라 부수적인 피해도 유발했다.
유럽의 라인강 수위 저하는 올해 가뭄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독일 서부 카우프에서는 지난달 중순 한때 라인강 수위가 40㎝ 미만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강을 이용한 화물 운송이 중단됐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대응하기 위한 독일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당초 독일 정부는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석탄화력 발전량을 늘려 천연가스를 통한 발전량의 10% 가량을 대체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라인강 수위 저하로 화력발전소로 향하는 석탄을 실어나를 수 없게 됐다.
전력의 90% 이상을 수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노르웨이도 올 여름 심각한 가뭄을 겪은 뒤 앞으로 수력발전용 댐의 수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전력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산 가스 조달이 어려워진 인근 유럽 국가들의 전력 수급이 더욱 빡빡해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성명에서 “EU 영역 내 64%가 가뭄 상태에 있다. 지난 500년래 최악의 상황”이라며 “건조한 날씨는 11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사천성은 또 수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의 약 40%를 인근 충칭시, 연해부 상하이시, 강소성, 절강성에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도 영향을 끼쳤다.
미국에서도 8월 24~30일 일주일 동안 43개주(州)에서 가뭄이 발생해 약 1억 2100만명의 생활에 영향을 끼쳤다. 닛케이는 지중해 연안과 남미 대륙 남부 등지에서도 최악의 가뭄이 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칠레의 경우 이미 가뭄이 정착해 더 이상 기상이변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가뭄은 식량 생산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EU 집행위는 가뭄으로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지난 5년 평균 대비 16%, 콩은 15%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1950년대 이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폭염이 늘었다. 유럽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서는 가뭄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