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후6시를 넘겨 서울 서초구 잠원동 투표소를 찾은 신모씨(19)는 생애 첫 투표라며 웃었다. 코로나19에 획진됐지만 투표할 수 있게 돼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번 대선은 2020년 제21대 총선과 작년 4·7 재·보궐선거에 이어 세 번째 ‘코로나 선거’로 전국에서 치러졌다. 전국 1만4464곳에 차려진 투표소엔 오전6시부터 저녁7시30분까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은 지난 5일 대혼란을 빚었던 사전투표 당시와 달리,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들의 투표도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오전6시 전부터 줄선 유권자들…방역수칙도 ‘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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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열리는 세 번째 선거인 만큼 유권자들은 방역수칙에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초기 방역선거가 어색해 곳곳에서 촌극이 벌어졌던 2020년 4월 제21대 총선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종로구의 60대 김모씨는 “코로나가 2년 넘게 이어져 오기 때문에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익숙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선거’라는 오명 속 투표율 저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많았지만 실제로는 딴판이었다. 역대급 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점심시간을 넘겨 한산해졌던 몇몇 투표소는 오후 4~5시께 다시 붐비기 시작했다. 논현제1동 인근 투표소를 찾은 임모(33)씨는 “더 늦어지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니까 걱정돼서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박은혜(33)씨도 “밀폐된 공간이라 걱정도 되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 것도 우려돼 사람 많은 시간대는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긴장’ 확진자 본투표, 무난히 진행…투표소 못찾은 유권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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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사무원들은 모두 방역복과 페이스쉴드를 착용하고 ‘완전 무장’을 했다. 종로구 사직동의 한 투표소의 선거 사무원은 “확진자들과의 접촉이 있을지 모르니 이렇게 보호 장비를 줘 안심이 된다”며 “방호복을 입어보니 의료진들이 얼마나 힘들지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투표를 마친 코로나19 확진자 최모(43)씨는 “지난 7일 코로나19에 확진됐지만 투표 과정에서 큰 불편함은 없었고 평소 투표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확진자 박모(46)씨 역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확진자 투표 시간을 안내해주는 방송을 듣고 투표하러 왔다”라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지난 8일 투표를 위해 미국에서 입국, 자가 격리 상태인 송모(50)씨 역시 “투표 시간은 다소 늦어졌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불편한 점도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확진자·격리자 본투표가 무리없이 진행된 건 사전투표와 달리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투표소가 늘어난 데다 일반 유권자와 동일한 기표소들을 사용케 한 점, 그리고 사전투표 참여자가 많았던 점 등이 꼽힌다. 서울 한 공무원은 “확진자들 중엔 본인 주소지가 아닌 곳에서 격리하고 있는 분들도 많고, 증상 악화를 우려한 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사전투표하려던 분들이 많았던 듯 싶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완전히 오판을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전투표에서 데였던 행정안전부와 선관위가 확진자 투표에 질서관리요원 등을 추가 투입했는데 별소용도 없는 뒷북대책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한편 사전투표와 달리 대선 당일 투표는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만 할 수 있어 일부 투표소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초구 반포1동은 투표소가 7곳에 달해 인근에 살아도 다른 투표소에 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한 시민은 “집이 이 근처인데 못하나”라고 따져물었다. 이 투표소에선 이날 오후 30분에 3명꼴로 투표소를 잘못 찾은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렸다.
확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투표에 허용된 시간이 짧았던 확진자들은 헛걸음 뒤 관할 투표소를 찾아 서둘러 떠났다. 구로구의 한모(28)씨는 “주소지는 노원구인데 부모님 댁에 와 있다가 확진받아서 격리하던 중이었다”며 “당연히 집 앞에서 투표해도 되는 줄 알았는데… 결국 못했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