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물가를 반영한 근로자들의 임금 가치를 뜻하는 실질임금이 올해 3분기까지 감소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설과 추석 상여금까지 합쳐지며 임금 수준을 끌어올렸지만, 계속된 고물가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 2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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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임금의 감소는 임금 수준의 낮은 중소기업의 구인난에 핵심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중소기업 구인난 해소를 위해 내년에 역대 최대의 외국인력을 도입할 계획이다.
29일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10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세전)은 431만6000원으로 전년 동월(408만5000원)보다 23만1000원(5.7%) 증가했다.
고용부는 9월 임금이 급증한 이유로는 추석 상여금을 들었다. 지난해에는 8월과 9월에 분산 지급된 명절상여금이 올해에는 대부분 9월 한 달간 지급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또 자동차 제조업 등 일부 산업에서 임금 협상 타결금 지급 등으로 특별급여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상용직 근로자의 임금은 459만원으로 25만3000원(5.8%) 증가했다. 임시·일용직은 188만9000원으로 13만1000원(7.4%) 늘었다. 300인 미만 사업체가 379만3000원으로 15만6000원(4.3%) 늘었고, 300인 이상은 686만9000원으로 52만7000원(8.3%) 증가했다.
9월 임금이 증가한 것의 영향으로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도 7개월 만에 증가했다. 9월 실질임금은 382만원으로, 전년 동월(375만원)보다 7만원(1.9%) 증가했다. 실질임금은 명세서 월급인 명목임금을 소비자지수로 나눠 100을 곱한 값이다.
|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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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계속된 고물가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6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360만5000원) 대비 4만2000원(-1.2%) 감소했기 때문이다. 1월부터 9월까지 상여금까지 합친 명세서상 월급은 평균 9만6000원이 늘었지만, 물가를 반영하니 4만2000원 줄었다는 뜻이다.
이에 실질임금은 10월 통계부터 다시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5.2%을 기록한 뒤 지난 7월에 2.3%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8월 상승률은 3.4%를 기록하며 석 달 만에 3%대로 재진입했다. 이후 9월 상승률은 3.7%, 10월 상승률은 3.8%로 고물가를 유지하고 있다.
실질임금의 감소는 임금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의 구인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월 기준 빈 일자리는 20만4000개를 기록했다. 20만개 이상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9개월째다. 빈 일자리의 약 70%는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다.
실질임금의 감소가 저임금 일자리의 임금 수준을 더 낮추면서 구직자가 중소기업 취업을 더 꺼리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내년에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의 외국인력을 도입해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해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