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號-한은 `궁합` 맞을까

윤 내정자 "금리정책은 한은 소관"
한은, 세련된 협력관계 모색 기대
97년 앙금..조화 이룰지 주목
  • 등록 2009-01-19 오후 4:20:45

    수정 2009-01-20 오후 7:37:06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경제팀 수장이 새로 꾸려지면서 그동안 껄끄러웠던 한국은행과 정부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은이 통화완화에 적극 나서면서 엇박자는 줄었지만, 윤증현호가 새로 출범하면서 정책적 협력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관심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만큼 한은과 큰 마찰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그동안 발언으로 봤을 때 금리정책은 한은에 맡겨야 한다는 게 윤 내정자의 철학이다.

그러나 윤 내정자 역시 97년 한은법 개정 당시 차관이었던 강만수 장관 아래서 실무작업을 지휘하면서 한은과 대립했던 전력이 있어 관계가 매끄럽지만은 않다.

◇ 시장주의자..`한은 독립성 존중`

윤 내정자는 일단 자타가 공인하는 시장주의자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나 물리적 압박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금리정책에 대해서는 늘 조심스러워하면서 한은에 맞겨야 한다고 발언해온 만큼 한은 고유의 영역은 존중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인 지난 2007년 7월 기자간담회에서 윤 내정자는 "금리나 환율문제에 대해서는 당국에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할 수 밖에 없다"며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대단히 많은데 어디에 초점을 두고 금리를 조정할 지는 한은이 결정할 몫"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 9월 고려경영포럼에서도 "정부가 나서서 금리를 올려라, 내려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 재경부와 한은이 금리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여서 이같은 발언은 크게 주목받았다.

당시 윤 내정자는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 소관이고,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금리가) 결정돼야 한다"고 밝혀 시장주의자로서의 철학을 강조했다.

다만, 공직에서 물러나 보다 자유로운 신분이 된 이후에는 한은의 금리정책에 대해 소신있는 발언을 종종 하기도 했다. 한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 원리를 강조하면서도 금융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한은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장 자리를 내놓은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물가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며 "일단은 살고 봐야 하기 때문에 쥐고 있는 것을 스스로 풀 때까지는 유동성을 대폭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한은의 미지근한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윤 내정자는 이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추고 재정과 감세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한은이 적극적인 통화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어 크게 갈등을 빚을만한 요인은 없을 전망이다.

◇ 한은 내심 안도..`세련된 업무협조 기대`

한은은 내심 안심하는 모습이다. 한 한은 관계자는 "시장주의자인데다 국제감각도 있는 만큼 한은과의 관계도 노련하고 세련되게 가져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는 재경원 시절 국제금융과장을 역임했고 99년 아시아 개발은행(ADB)에서 일하면서 국제금융통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만큼 한은과의 업무조율에 있어서 전문가적인 기질을 발휘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새정부 출범 초기 한은 독립성이나 환율에 대한 잦은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강 장관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높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윤 내정자가 양 기관이 갈등관계에 있을 때 상당히 합리적으로 사고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며 "기관대 기관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성태 총재와의 궁합은?

윤 내정자는 경남 마산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행정고시 10회에 수석합격해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경남 통영이 고향인 이성태 한은 총재와 동향이면서 대학동문으로 나이와 학번은 이 총재보다 한해 느리다.

그러나 윤 내정자는 한은과 악연이 있다. 한은 독립성 문제가 불거졌던 97년 강만수 장관이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한은법 개정을 총괄했다면, 윤 내정자는 금융정책실장으로 실무를 책임지면서 세세한 부분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

당시 재경원은 금융통화위원회를 한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놓고 그 아래 한은은 단순한 집행기구로 두는 내용의 6차 한은법 개정을 추진했고, 한은이 이에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양 기관은 약 7개월간 치열하게 싸웠다.

이미 윤 내정자는 금융정책실장에 오르기 전인 95년 금융총괄심의관 시절부터 비밀리에 한국은행법 개정작업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한은에게 있던 은행감독권을 떼어 금감위를 설립하는 방안을 주도했다.

당시 이성태 총재는 대외업무를 총괄했던 기획부장으로 윤 내정자와는 실무자급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양 기관 수장이 이 때의 악연을 풀고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협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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