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重 사장 "직원들 실망은 회사 책임..뭐든지 하겠다"

출근길 노조원들에 직접 작성한 글 전달
"모두 힘 모으면 본래 모습 회복할 수 있어"
  • 등록 2014-09-23 오후 1:57:58

    수정 2014-09-23 오후 2:02:49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23일 아침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실적 부진과 노사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을 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전격 투입된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노동조합원들을 직접 만났다. 권 사장은 지난 15일 아침 울산으로 내려가 취임식을 갖고 노조 집행부와 짧은 면담을 한 이후 일주일여만인 23일 일반 노조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댔다.

이미 노조 대의원들은 파업 결의를 마친 상태로 험난한 형국이 예상되는 가운데 권 사장은 이날 오전 6시20분부터 8시까지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현대중공업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회사를 살려내겠다는 진정성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권 사장은 직접 작성한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일터인 현대중공업(009540)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회사가 현대중공업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운을 띄웠다.

권 사장은 이어 “모두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최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실망을 준 것은 회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회사가 책임질 시간과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여러분과 함께 분명히 바꿔나가겠다”며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권 사장은 직원들 모두가 현대중공업의 소중한 재산이라며 다같이 힘을 모은다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16일 사내 소식지에 낸 취임사에서 “무사안일과 상황 논리만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얘기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태도다. 권 사장은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갖춘 리더’라는 평가와 함께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권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현대중공업의 경영 쇄신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오일뱅크 시절 함께 한 최측근들을 중심으로 지난 18일 경영분석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현대오일뱅크 재무부문장을 맡고 있던 조용철 전무를 그룹 기획실 산하 경영분석 TF팀장으로 임명했다. 오일뱅크 출신 금석호 상무와 송명준 상무도 TF에 포함됐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부터 26일까지 전체조합원 1만8000여명을 상대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조합원 제적 과반이 파업에 찬성할 경우 노조는 파업권을 갖게 된다. 노측은 이를 통해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에서 보다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양측은 임금 인상폭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 결의는 앞서 지난 17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면 이는 지난 1994년 이후 20년 만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23일 아침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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