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를 페북에 올리겠습니까"..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경고

美 보건당국, 랙스 유전자 연구 관련 유가족과 합의
마켓워치, 무지에서 비롯된 DNA 관리 소홀 세태 지적
"사진 올릴 때는 사생활 침해 걱정하면서 DNA는 무심"
  • 등록 2013-08-12 오후 2:17:14

    수정 2013-08-12 오후 2:17:14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DNA가 공개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미국인들은 훗날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유전자 연구 기업들에 자신들의 DNA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들은 우리 모두 헨리에타 랙스(Henrietta Lacks·사진)가 될 수 있으며 이미 랙스와 같은 상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를 날리고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故) 헨리에타 랙스
헨리에타 랙스는 지난 1951년 암 진단을 받고 3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이다. 당시 의사는 랙스나 가족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그의 난소에서 암세포를 채취해 배양했고 의료진은 그의 이름을 딴 ‘헬라(Hela)’ 세포를 연구용으로 무료 배포했다.

이를 통해 의학계에서는 7만4000여건의 관련 논문이 작성되는 등 인간 세포를 이용한 의학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본인이나 가족 동의 없이 세포를 채취·공유한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가족들의 고유 정보가 무방비적으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주 헨리에타 랙스 가족과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최근 밝혔다. 랙스를 ‘헬라(HeLa)’ 세포의 근원으로서 인정하고 그녀와 그녀 가족의 유전정보에 대한 일반 접근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변호사들은 랙스의 사례가 아무 생각 없이 유전 실험에 자신의 DNA를 제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고 말했다. “당신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Who Do you Think You Are?)”와 같은 TV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미국인들은 자신의 조상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기 위해 유전자 기업들에 자신의 DNA 샘플을 보내고 있다. 에린 머피 뉴욕대 법학과 교수는 “이는 자신의 조부모와 미래 손주들의 의학 비밀을 넘겨주고 있는 것”이라며 “해당 기업들은 의사로서도 아니고 의료검사 시설로서도 아닌 애매한 법적인 영역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개인게놈프로젝트(Personal Genome Project)의 창시자 조지 처치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는 최악의 경우 DNA 등 개인정보는 도둑맞거나 해킹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기업들은 ‘당신의 DNA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개인 유전자 회사 ‘23앤드미(23andMe)’는 “고객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판매하거나 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켓워치는 23앤드미가 자사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내부 R&D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과학자들도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야니브 엘리흐 MIT대 화이트헤드연구소 연구원은 “누군가 나의 게놈 정보로부터 정확히 무엇을 배우게 될 지는 모르지만 결국엔 나에 대해 무언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릴 때 일반적으로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DNA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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