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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하는 세계 채권잔고를 토대로 추계한 결과, 세계 채권 가치는 지난해 말 142조달러에서 올해 6월 말 125조달러로 17조달러 가량 감소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1990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이다. 블룸버그 세계채권 종합지수도 올 상반기 12% 하락했다. 6개월 기준 2008년 5~10월(6% 하락) 이후 최대 규모 낙폭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채권 금리도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만기 도래 전 매각시 손실을 입는다. 하지만 앞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 채권 가격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려면 서둘러 팔아치우는 게 유리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70건 이상의 회사채 발행이 연기 또는 중지됐다. 지난해 상반기 37건의 2배 수준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금리를 올리면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온라인 카지노 업체 888홀딩스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11% 이상의 수익률 제시했음에도 투자 수요는 요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국채의 경우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6월 말 발행한 10년물의 낙찰 수익률은 3.47%로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즈호연구소의 오타 토모유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및 식량과 관련해 가계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압박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유럽이나 신흥국은 재정이 악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전 세계 은행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국채 비율은 2010~2014년 12.7%에서 2021년 17.2%로 확대했다. 이러한 경향은 신흥국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며, 심화할 경우 1998년 러시아와 2001~2002년 아르헨티나처럼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 대응으로 발행한 국채를 각국 은행이 보유하면서 비중이 늘었다.
닛케이는 “세계 채권 수익률이 평균 1%포인트 상승하면 장기적인 이자 부담이 1조 2500억달러(약 1647조원) 늘어난다”며 “저금리 시절엔 빚을 내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