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발해인프라 공모가 8200원선…상장 두고 '잡음'

IPO 초안 확정…구주 매각은 40% 그쳐
기재부 압박에 동의한 기관들 불만
"비상장이어야 청산 용이…보호예수 묶여"
  • 등록 2024-07-12 오후 3:41:32

    수정 2024-07-15 오후 7:03:18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국내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는 KB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발해인프라펀드) 기업공개(IPO) 초안이 확정됐다. 하지만 기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공모가격 자체가 높지 않은 데다 구주 매각 비율까지 낮아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자산운용사의 이해관계 때문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공모가 8200원 수준…상장 후 주가흐름 미지수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추진을 결정한 발해인프라펀드 공모 기본 조건이 결정됐다. 공모가액은 약 8200원 수준에 구주매출 비중은 40%로 책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구주 물량 평가액은 약 6000원대 중후반 수준이다.

다만 그동안 리츠 및 인프라펀드가 증시 상장 이후 대체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 입성으로 유동화를 하더라도,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상장 추진을 두고 투자자들간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서울 용마터널(사진=나무위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인프라나 리츠는 보통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은데 특히 발해인프라펀드는 우량 자산을 많이 담아놓지도 못해 기대를 걸기 어렵다”며 “맥쿼리인프라펀드의 경우에도 상장 시 공모가가 7000원에 책정됐는데, 상장 이후 주가가 장기간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장 초기 개인투자자 덕에 잠시 주가가 뜬다고 해도 초기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구주 매각 물량을 제외하면 기관투자자 투자분은 보호의무예수(락업) 문제로 묶여 있을 텐데 공모가를 밑도는 기간이 길어지면 그때부터 장기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맥쿼리인프라는 2006년 상장 후 2014년까지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았고, 지난 2008년 한때 4000원을 하회하기도 했다.

발해인프라펀드의 경우 기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준을 원했지만, 현재 인프라펀드에 편입된 자산의 가치를 감안할 때 지분가치 책정에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현재 발해인프라펀드에 편입된 자산은 서울 용마터널과 남양주 도시고속도로, 수원 외곽순환도로, 산성터널,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등이다. 지난 2006년 만들어진 발해인프라는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 인프라 펀드다. 국민은행과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보험사 등 17개 기관이 총 1조1900억원을 출자해 조성했다.

이에 대해 KB운용 측은 “인프라사업은 건설기간과 운영초기의 안정화 기간이 필요한데 발해인프라펀드에서 투자한 자산은 운용개시 평균 10년 이상 돼 이미 교통량이 검증된 자산”이라면서 “안정된 교통수요와 더불어 매년 소비자물자지수에 연동돼 요금이 인상되도록 협약 채결돼 안정 성장형 자산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모가도 기존 투자자와 공모주를 받을 투자자들이 적절하게 수익을 누릴 수 있는 수준에서 책정했다는 게 KB운용 측 설명이다. 따라서 상장 후 상승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KB운용 관계자는 “상장 이후에는 배당형 주식 펀드 및 ETF 등의 매수수요가 있을 것이고 1억원 한도 분리과세 제도가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도 예상된다”며 “여기에 발해인프라펀드의 예상 배당률이 맥쿼리인프라펀드나 리츠의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공모가 대비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상장 결정에 개입한 기재부...“투표 과정에 부담 느껴”

그럼에도 상장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모양새다. 발해인프라펀드가 공모자금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지분 18.9%를 매입하기로 한 만큼 국민연금의 반발은 크지 않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발해인프라펀드 운영 관리에 개입 중인 기획재정부와 위탁운용사(GP)의 이해관계에 따라 ‘강제 상장’을 진행 중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선 공모 인프라 펀드 활성화를 추진 중인 기획재정부 측이 사업 실적을 위해 상장 추진 과정에 무리하게 개입했다는 비판이 높다. 상장 동의를 위한 주주총회 가결 요건을 맞추기 위해 기획재정부 차원의 ‘압박성 독려’ 부담이 심했다는 지적이다. 상장을 의논하는 주주총회 전까지 기재부 차원의 회의 소집 시도 및 동의 권유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재부 쪽에서 어느 기관이 상장에 반대하는지 조사에 나선 바람에 부담이 적지 않아 끝내 찬성했다”며 “투표는 각 투자자의 고유 권한인데 이렇게 하면 어느 기관이 작정하고 반대할 수 있었겠느냐. 3분의 2는 넘겼지만 사실상 무산되는 게 맞다”고 토로했다.

상장 추진 배경에는 KB자산운용 측의 이해관계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비상장 집합투자기구(펀드) 상태에서는 언제든 LP들의 요구에 따라 청산할 수 있지만, 일단 인프라펀드를 상장 상태로 만들면 사실상 영구 존속 기업이 된다. 특별히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운용사 측에 영구적인 운용 수수료 수입원이 보장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상장 추진 자체는 KB자산운용 측에서 원했던 사안이고, 기재부는 동향만 보고받았을 뿐”이라며 “공모 인프라펀드 활성화를 위해 독려 차원에서 보고를 받은 것이고, 상장을 강요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KB자산운용 측은 상장이 투자금 회수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민간투자사업에는 주무관청과의 이익공유제도가 있기 때문에 펀드에서 인프라사업을 매각하면 예상보다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며 “기존 투자자들은 상장을 통해서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주 매각비율 약 40%도 시장의 물량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이라며 “구주 및 신규 투자자 보유 물량은 일정 기간 보호예수로 묶일 예정이어서 상장 후 주가 변동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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