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행위에 제공했거나 제공한 물건은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형법 제48조와 관련해 대법원은 “몰수 대상 물건이 범죄 실행에 사용된 정도와 범행에서의 중요성, 몰수되지 않을 경우 행위자가 그 물건을 이용해 다시 동종 범죄를 실행할 위험성 유무 등의 제반 사정이 고려돼야 한다”는 판례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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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대마)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년과 압수 휴대전화 몰수, 추징금 4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이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2020년 3월 부산 기장군 소재 자신의 주거지 앞에서 B씨가 무상으로 보낸 대마 2g을 택배 서비스를 통해 받았다. A씨는 수수한 대마 중 약 1g을 다음 날 새벽 주거지 베란다에서 흡연했다. 3개월 뒤인 2020년 6월 A씨는 인천 남동구의 한 건물에서 B씨로부터 필로폰 약 0.07g이 든 주사기 1개를 무상으로 받아 그 자리에서 투약했다. 이로써 A씨는 대마 수수·흡연, 필로폰 수수·투약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유죄는 인정하면서도 휴대전화 몰수 판결은 법리 오해가 있다며 항소했다. 아울러 징역 1년 선고가 너무 무겁다며 양형부당도 주장했다.
A씨 변호인은 “1심이 몰수를 선고한 압수 휴대전화는 공소사실 범행에 직접 제공하거나 사용한 물건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원심은 휴대전화를 몰수하는 판결을 선고했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자메시지 등으로 B씨에게 대마 수수를 요구하거나 B씨와 연락해 필로폰을 수수했다고 할 것이므로, 휴대전화는 공소사실 범행 수행에 실질적인 기여를 한 물건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2심 과정에서 특별한 양형조건의 변화도 없었던 만큼 1심의 형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겁다고 할 수도 없다고 봤다.
대법 “범죄 관련성보다 사적 매체로서 기능이 더 커”
이어 “이 사건 휴대전화는 최초 압수 당시에는 몰수 요건에 형식적으로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다 하더라도 수사 및 재판의 진행 경과와 밝혀진 사실관계에 비춰 범죄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범죄와의 상관성·관련성이 범죄와 무관한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사적 정보저장매체로서의 가치·기능을 현저히 초과한다고 볼 수 있어 비례의 원칙상 몰수가 제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법원은 “휴대전화가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에 해당된다고 보고 몰수를 명한 원심의 판단에는 비례의 원칙을 비롯한 몰수의 실질적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 파기환송 이유를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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