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중대한 오류 한 가지가 잡힌다. 독도를 인지한 한국 최초의 근거라는 것 말이다. 정부문서는 물론 노래로까지 지어부른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지리지 50페이지 셋째 줄’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1454년 단종 2년에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는 1395년 태조 4년에 편찬한 ‘고려국사’의 내용을 재편집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려국사’는 지금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역시 ‘고려국사’를 재편집한 ‘고려사’가 독도를 명시한 첫 기록이 되는 셈이다.
‘독도가 인식된 시기를 고려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 주장은 김치연 상명대 환경조경학과 교수에게서 나왔다. 김 교수는 항공에서 문화재를 근접 촬영한 사진을 배경으로 옛 문헌과 사료를 꼼꼼히 들춰가며 후손들의 착오를 바로잡아왔다. ‘하늘에서 바라본 한국의 숨결’ 시리즈가 그 성과물이다. 그간 ‘전라의 숨결’ 1·2·3권과 ‘제주의 숨결’을 냈다.
외로운 섬이 뜨거워진 이유
독도와 경주를 아우른 공통분모를 단순히 지리적 근접성에서 찾지 않았다. 광복 이후 개발·보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치명적 소홀함에서 찾았다. 때문에 책은 상당 부분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문화재 혹은 침해된 주권에 할애한다. 1909년 경주 석굴암 전체가 일본으로 옮겨갈 뻔한 사연, 1200여년 잘 보존되던 석굴암에 1913년 착수된 시멘트 보수공사 후 누수와 습기가 생겼다는 탄식 섞인 저자들의 진단은 그 일부다. 핵심은 독도다.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근거를 알기는 하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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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로 비행기 띄워 입체적 조명
‘하늘에서 바라본…’이 시작된 의도는 소박했다. 방방곡곡 문화유산을 하늘서 한눈에 담아보면 어떨까. 헬륨가스 부력과 전동모터로 추진하는 비행선에 카메라를 달고 김 교수는 촬영에 들어갔다.
2013년까지 15권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짐짓 모르는 척 이유를 묻자 김 교수는 헛웃음 섞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11월 ‘전라의 숨결’ 3권을 냈을 당시 그는 “서울 강남 40평 아파트 한 채 값은 날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묵직한 2권이 연이어 나왔으니 더 안 좋아진 사정이야 말해 무엇하랴. ‘사재 들여 문화재 백과사전 만들었다’고 감탄만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