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몸짓, 경계도 무너지다

아크람 칸 컴퍼니 `버티컬 로드`
죽음 뒤 떠나는 깨달음의 여정
인도 전통춤에 현대무용 얹어
……………………………………
플라멩코 발레단 `두알리아` 등
볼레로·판당고 등 스페인춤 망라
격렬한 이미지 정열적 기교 눈길
  • 등록 2011-09-26 오후 7:11:04

    수정 2011-09-26 오후 7:11:04

▲ 영국 아크람 칸 컴퍼니 `버티컬 로드`(사진=LG아트센터)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두 가지 몸짓이 찾아온다. 인도 전통 춤에 현대무용을 얹고 스페인 정통 플라멩코에 발레를 입혔다. 영국 아크람 칸 컴퍼니와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이 연달아 한국 관객을 만난다. 진실과 깨달음을 향해 한 여행자는 땅에서 하늘로 순례를 떠나고, 인간의 근원적 욕망에 가장 충실한 정열의 움직임은 소리없이 말을 건다. 미세한 떨림에서 강렬한 비트까지 몸짓 하나가 그대로 메시지다. 깨달음의 혁신이냐 정열의 기교냐,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는 없을 거다.

영국 아크람 칸 컴퍼니 `버티컬 로드`

아크람 칸이 `버티컬 로드`로 한국을 찾는다. 기독교와 이슬람에서 동시에 말하는, 인간이 사후 하늘로 올라간다는 `승천`을 옮겨온 최신작이다. 죽은 뒤 궁극에 도달하고자 하는 깨달음을 향한 고통스러운 과정의 본능적인 몸부림을 역동적인 안무로 펼쳐놨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초연하고 아크람 칸은 `순수한 춤으로의 귀환`이라 칭했다. 이 표현에는 이유가 있다. 2007년 프랑스 발레리나 실비 길렘과 `신성한 괴물`을, 2009년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인 아이(in-i)`를 만들어낸 이후 유명 스타들과의 작업을 잠시 중단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거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선 무용수들의 열정에 보다 큰 힘이 실렸다.

작품에는 한 여행자가 나온다. 그는 죽음 뒤 삶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기억을 따라 인생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여정을 떠난다. 그를 둘러싼 다국적 무용수 일곱 명은 일렉트로닉 음악의 맹렬한 비트에 맞춰 마치 `전기충격을 받은 듯` 더할 나위 없이 거칠고 강렬한 몸짓을 선뵌다. 다리는 무겁고 팔은 격렬하다.

서른일곱 살 아크람 칸은 영국 출신 안무가다. 지난 10년 새 급성장하며 현대무용계에서 혁신적인 안무가란 평가까지 꿰찼다. 전통과 현대의 시간을 부수고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 배경에는 인도 전통무용 `카탁`을 익히고 발레와 현대무용 감각까지 겸비한 그만의 무용스타일이 들어있다. 자유로움과 해방을 위한 파격적인 시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30일과 10월1일 단 2회만 공연한다.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두알리아` 등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정열적인 춤 플라멩코가 온다. 그것도 정통을 계승한 국립 무용단이 국내 첫 소개하는 작품이다. 격정적이고 관능적인 듀오 `두알리아`, 20세기 플라멩코의 전설적 댄서인 카르멘 아마야에게 바치는 헌정작 `라 레이엔다`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할 이들은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이다.

▲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라 레이엔다`(사진=LG아트센터)
이들이 추구하는 `발레`는 클래식 발레를 넘어서는 확대된 형태다. 플라멩코를 비롯해 볼레로, 판당고 등 폭넓은 스페인 춤을 망라한다. 강렬한 이미지와 현대적인 기교가 무기다. 그 안에는 스페인 춤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차 있다. 스타 댄서 한 명에 의지하기보다 무용수 전체를 아우르는 군무로 승부를 건다.

이번 공연에선 무엇보다 플라멩코의 정수를 볼 수 있다. 40여명 무용수들의 탁월한 기량을 바탕으로 관능과 절도로 압축되는 치열한 춤의 향연을 연다. 격정적인 솔로와 다이내믹한 군무는 강약을 조절할 뿐 시종일관 객석을 휘감는다. 여기엔 라이브 뮤지션의 애수어린 노래와 심장을 두드리는 열정적 기타 반주가 한몫 한다.

이들에게 붙인 영혼의 울림이란 수식은 비단 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춤과 노래, 기타 선율은 마치 태생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동시에 가슴을 친다. 신들린 듯한 절제의 호소력,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내달 6일부터 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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