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부부 "이름 감춘 사랑"

서울대 병원에 기부
"정성어린 치료 고마워 88억 癌연구에 써달라"
  • 등록 2004-12-17 오후 10:19:28

    수정 2004-12-17 오후 10:19:28

[조선일보 제공] 17일 오전 70대 노(老)부부가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대 왕규창(王圭彰) 학장실을 찾았다.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마흔 전후의 아들 2명도 동행했다. 이 부부는 왕 학장에게 삼성전자 주식 2만주를 내놓았다. 17일 종가(終價)로 삼성전자 주가는 주당 44만4000원. 88억8000만원에 달하는 재산이다. 서울대 의대에 외부인 또는 기관이 기부한 사례를 통틀어 최고 액수였다. 이들 부부는 “폐암과 위암을 조기 진단해 치료할 수 있는 연구기금으로 써달라”고 기부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 부부는 둘 다 암을 이겨낸 경험이 있다. 지난 1996년 아내는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초기 위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이 성공해 완치될 수 있었다. 남편 역시 지난 1999년 서울대병원에서 정기 검사를 받다가 폐암이 발견됐지만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이들 부부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서울대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조기 진단에 따른 완치의 기쁨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또 당시 자신들의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성껏 진료해준 의료진에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기부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싶다는 의대측의 요청에 극구 손을 저었다. “아직 먹고 살 만큼의 돈도 남겨 뒀는데 뭐 그리 남에게 알릴 만한 일도 아니지 않으냐”는 얘기다. 이들은 “그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암 연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부부는 5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재테크에 운이 따라 큰돈을 모았지만 꼭 필요한 곳이 아니면 돈을 쓰지 않으며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병원측은 전했다. 또 자식들에게는 ‘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자 유산’이라는 탈무드의 격언을 늘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가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병원에 기부하겠다고 결심했을 때에도 자식들은 부모님의 뜻을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기부금을 전달받은 왕규창 학장은 “두 분의 숭고한 뜻을 기려 암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한 연구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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