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9일 분기마다 발표하는 ‘2021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급속히 재개되면서 수요는 강하게 회복되는 데 반해 생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병목현상이 생산비용을 높이고,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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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 병목현상은 제조업 부문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구매자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의 미처리 주문은 지난해 7월(51.8) 이후 기준점인 50을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이 본격화한 올해 1월부터는 59~70사이를 매월 등락하는 중이다. 반면, 완제품 재고는 기준점인 50을 한참 밑도는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25를 기록해 1년 전(41.6)에 비해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한은이 분석한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 요인은 ‘반도체 공급 부족’, ‘노동공급의 더딘 회복’, ‘해상물류 지체’ 세 가지다. 우선 반도체 공급 부족은 올 상반기부터 백신 공급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이를 예측하지 못한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설비를 IT 기기용으로 전환하는 등 수요예측 실패와 자연재해 등으로 공급 제약이 나타났다. 이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수급불균형이 주요국에서 완성차 감산을 통해 산업생산 회복을 제약하는 한편 차량가격 상승을 통해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매년 9000만대 초중반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판매량이 7460만대까지 감소했고, 올해 전망치도 8100만대로 예상돼 여전히 8000만대 초중반 수준으로 팬데믹 이전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고차 가격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3.2%에 못미치는 수준에서 올해 1월~7월 평균 23.8% 가까이 늘면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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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에서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백신보급 증가에 따른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산업 전반에서 구인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나 감염위험, 보육부담 및 실업급여 확대 등의 영향으로 노동공급은 상대적으로 더딘 개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노동공급의 더딘 회복은 경제활동 재개 부문을 중심으로 생산 회복을 다소 제약하는 한편 임금 상승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세번째 요인인 해상물류 지체는 상품 인도지연을 통해 생산 회복을 제약하고, 물류비 상승을 통해 기업 비용부담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교역량 확대되고 있으나 주요 항만적체, 선박공급 제한 등으로 해상물류의 지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발틱운임지수, 컨테이너 운임종합지수는 각각 875.8, 535.0, 1539.8을 기록했으나, 7월 현재 4196.2, 3292.0, 9330.3까지 폭등한 상황이다.
문제는 해상물류 지체 문제가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수요가 재화에서 서비스로 점차 옮겨가는 가운데 공급 차질이 생산 및 물류의 조정, 투자확대 등을 통해 완화되어갈 것이며 노동 불균형 상황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봤지만 해상물류 지체 해소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수출 업체들도 해운운임 상승 등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 7월 12일~16일동안 수출기업 523개사(대기업 51, 중소기업 472)를 대상으로 ‘원자재가격 및 해운운임 상승의 수출기업 체감 영향’을 조사한 결과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다는 응답 중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37.1%)보다 해운운임 상승에 의한 영향(39.7%)로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