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21일 “미국의 이번 세탁기와 태양광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는 어떤 수단을 활용해서라도 수입을 제한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미 산업계의 수입제한 요청이 확산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속하고 다각적인 대응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미국은 수입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Large residential washer)와 태양광제품(Crystalline silicon photovoltaic cell)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일정 수입량 이상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는 할당관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고려할 때 수입할당량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수입제한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
KIEP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대응하기보다 세탁기 사건에서는 베트남 및 태국, 태양광 사건에서는 멕시코 및 캐나다 등과 공동 대응해야 협상력이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캐나다는 미국이 자국의 소형 민간 항공기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를 취하려고 하자 영국과 공동으로 대응했는데, 이것이 미국의 태도를 바꾼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영국 총리도 미국 대통령에게 항의하고 미국 보잉 사(社)에 대한 구매거절을 시사하며 공동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2002년 3월5일 철강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으나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8개국을 상대로 다툰 끝에 패소하자 2003년 12월 4일 조치의 종료를 선포한 전례도 있다.
KIEP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통한 양자적 대응도 거론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한·미 FTA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견해가 있으므로 한·미 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문제 제기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미 FTA의 해당 조항은 의무가 아닌 재량 규정이므로 대응방안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 내 다양한 경로를 통한 설득을 병행하는 것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KIEP는 “미국 내에서 의회, 소비자 시민단체, 기업협회단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조치의 부당성을 알려 조치가 조기에 종결되고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회 내에서도 보호무역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세이프가드 조치의 조기 종료를 위한 활동을 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KIEP는 “장기적으로 수출시장 다변화와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외부 충격에 대한 경제의 강건성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