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깊던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의미 커
한국 경제의 안정성에 인색했던 무디스가 지난 19일 3대 신용평가기관 중에서 한국의 신용등급을 가장 높게 끌어올린 것은 그만큼 의미가 크다. 최근 한국 경제가 과거 IMF와 같은 급속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를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 있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속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국 경제가 과거 IMF와 같은 위기가 올 수 없다는 점에 대해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이 분명히 한 것 같다”면서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불안 등을 차단하는 우리 경제의 ‘방어벽’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디스가 실제 한국의 신용 지표가 건전하고, 구조개혁을 계속 추진할 제도적 역량도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무디스는 한국이 향후 구조개혁을 실행하고 경제·재정 회복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상향조정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공공연금 개혁 등 한국이 재정부문의 우발채무와 리스크요인 등을 적절히 관리하고 있다는 것도 무디스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GDP 80% 달하는 가계부채…대외 먹구름 몰려와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만 내린 것은 아니다. 무디스는 GDP의 80%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내년 경제성장에 장애 요소가 될 것으로 봤다. 또 장기적으로는 고령화가 우리나라 성장을 저해하고 재정 부담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가계부채는 12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국 경제를 위협할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IMF 이전에도 한국의 신용평가 등급은 역대 최고를 받았지만 순식간에 위기가 몰려왔다”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가계부채를 빠른 속도로 키워놨기 때문에 대내외 경기가 악화되면 큰 위기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디스가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개혁의 성공을 확신하긴 했지만, 사실 4대 구조개혁 모두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도 부담이다. 결국 구조개혁이 후퇴될 경우 언제라도 신용등급이 하향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부총리도 이런 점을 의식해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을 치켜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 부총리는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안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먹구름이 한꺼번에 몰려왔을 때는 우리 경제가 예측하지 못할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구조개혁 입법화가 지연될 경우 대내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저해할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글로벌 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가신용도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