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라디오 전성시대'가 있었지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우람한 건전지를 등에 지고 이웃집 소식, 나라밖 이야기, 구슬픈 노랫가락을 들려주며 고단한 일상을 달래주던 라디오가 미디어의 첨단이자 전부였던 시절입니다.
세월무상이라고.. 그 청춘도 곧 저물고 말죠.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영상 시대가 열리면서 그는 쓸쓸히 `Video Killed The Radio Star`(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어!)를 되뇌이며 텔레비전에 안방을 넘겨줍니다.
세상은 또 몇번 둔갑을 했군요. 인터넷의 세상이 열리더니 이제는 `UCC Killed The Video Star`(UCC가 비디오 스타를 죽였어!)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문화권력, 지식지배자로 부터 해방된 네티즌들이 방송국 스튜디오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죠.
새해 들어 뜨고 지는 별들이 많습니다. 최근 가장 빛이 나는 두 인물을 꼽으라면 저는 이명박과 허경영을 꼽습니다. 17대 대선을 통해 이명박은 국정의 최고지도자로, 허경영은 재야의 무림고수(?)로 거듭났죠. 세상사가 그렇듯, 하물며 미디어의 변천사도 그러했듯 스타는 누구를 죽여야 혹은 누군가 죽어줘야 탄생합니다.
이명박이라는 스타는 `도덕·청렴·명분`이라는 유교적 정치관을 죽이고 탄생했죠. 숱한 도덕성 논란과 자격 시비를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경제를 알고 사업을 할 줄 안다`는 그의 수완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허경영이라는 스타는 `근엄한 정치`를 죽이고 탄생했습니다. 대중들은 설사 그의 IQ가 430이 아니어도 분노하거나 슬퍼하지 않습니다. 재미없는 정치판에 신선한 웃음을 준 그의 재치를, 말꼬리 잡기에 여념없는 직업 정치가들을 놀래키는 그의 상상력을 높이 샀지요.
스타로 거듭난 두 사람이 장수할 비결은 무엇일까요. 정치를 죽이고 오늘 그 자리에 선 만큼 `정치인` 행세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훌륭한 정치가였던 적이 없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는 기업인이다" - 이 당선자가 향후 5년 동안 늘 되뇌였으면 하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경제가 정치를 죽였다`는 노래가 나라안에 울려퍼지면 좋겠습니다.
허경영씨도 마찬가지입니다. 흉내내서는 곤란합니다. 기성정치를 비웃어 주십시오. 당신의 가슴에 금배지를 달기 보다 남의 가슴에 달린 금배지를 부끄럽게 해주십시오. 그래서 `허경영이 구태 정치를 쪽팔려(?) 죽게 했다`는 노래가 울려퍼지면 좋겠습니다.
무자년 새해 두분의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