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추석선물 30만원까지…“진작 바꿔주지” 화색 도는 업계

농·축·수산물 가액, 15만원으로…명절 땐 30만원 한도
“농·축·수산 선물, 뇌물 아닌 한국의 자랑”
사전예약 시작한 백화점업계 “20~30만원 선물 늘 것”
대형마트, ‘부랴부랴’ 추가 물량 확보
  • 등록 2023-08-18 오후 2:18:26

    수정 2023-08-20 오후 2:37:27

[이데일리 김미영 남궁민관 백주아 기자] 정부와 여당이 추석 명절을 한 달여 앞두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손질키로 하면서 관련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농축수산물 선물 한도가 최대 30만원으로 대폭 올라 한우와 굴비·옥돔·갈치 등 프리미엄 선물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농·축·수산업계의 환영 속에 유통업계도 부랴부랴 물량 추가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20일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8일 오후 국민의힘, 농수산업단체장 등과 민·당·정협의회를 연 뒤 조만간 김영란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현행 10만원으로 제한된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15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 지난 2021년 김영란법 개정으로 설과 추석 명절엔 농·축·수산물 가액이 2배로 상향돼 올해 추석엔 공무원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에게도 30만원까지 농·축·수산물 선물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농·축산농가는 크게 반겼다.

한우업계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농·축산가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상인까지 다들 민생경제가 어려운데 김영란법이 정한 상한액이 내수 시장을 위축시켜왔다”며 “우리 농·축·수산물 선물은 금품, 뇌물이 아닌 우리나라의 자랑거리”라고 강조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선물 가액 상향 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 등으로 사료비 등 생산비는 대폭 상승했지만 금리인상과 소비침체로 축산물 가격은 대폭 하락해 축산농가는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며 “법의 기본 취지는 국민 모두 공감하지만 낡고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법은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석 선물세트 진열된 대형마트(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도 정부의 방침을 환영하면서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지난 18일부터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을 시작한 백화점업계는 20만~30만원대 선물 비중이 커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매입액)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선물들이 대부분 국내 축산·수산·농산품이다보니 40만원대 이상의 고가 한우나 굴비선물세트가 아니라면 김영란법이 허용하는 선물가액에 모두 해당한다”며 “한우나 프리미엄 과일 중심으로 20만~30만원 선물세트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백화점 명절선물세트의 경우 대부분이 국내산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농가와 축산가 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 업계는 내달 시작하는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시점에 20만~30만원대의 상품을 추가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에 나섰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도 “가성비가 좋은 선물세트 상품도 많지만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고가 상품의 수요 증가가 예상돼 한우와 굴비 등 물량을 더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주일 전부터 사전예약에 들어간 대형마트들에선 정부 결정의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또 다른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을 반영해 이제 추석상품을 다시 만들긴 쉽지 않다”며 “매출 증가 가능성은 분명히 있지만 우리가 준비를 더 잘할 수 있게 조금 더 빨리 바꿨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올해는 소비심리가 매우 위축되면서 기업 등의 단체선물의 경우 지난해 선물가액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선물 상한액이 올라가도 실제 매출액 상승으로 보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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