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몹시 배가 아프긴 하지만‥

  • 등록 2006-12-06 오후 5:56:01

    수정 2006-12-06 오후 5:56:01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칼 아이칸이 1년만에 KT&G(033780) 주식을 팔고 1500억원을 챙겨 시장을 떠납니다. 이에 `먹튀`라는 비난의 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증권부 김수연 기자는 괜한 비난에 에너지를 소비할 일인지 의문을 가져본다고 합니다.

KT&G 투자 1년 2개월만에 두둑한 주머니를 챙겨 떠나는 아이칸에 비난의 화살이 맹렬히 날아들고 있습니다.

설령 그게 칼 아이칸이 아니라, 옆집 삼식이네 할아버지였다 해도 누가 단숨에 엄청난 돈을 벌었다면 몹시 배아픈게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떠나는 자의 뒤통수에 대고 욕해봐야 그 주머니 속의 돈이 축나는 것도 아니니, 냉정히 손익계산서나 작성해 볼까요.

아이칸측은 1500억여원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득의 원천은 주가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 지난해 얻은 배당수익, 원화강세로 인한 환차익 등 세가지입니다. 이중에서 아이칸도 그 누구도 통제못할 변수인 환율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아이칸이 KT&G의 주식을 매집한 뒤 처분까지의 과정에서 어떤 손해와 이익 항목들이 기재될 수 있을까요.

첫번째, 아이칸이 KT&G 지분을 매집한 뒤 주가는 4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고, 배당도 늘어났습니다.

주가가 오른 것은 공격을 받은 KT&G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이익잉여금 등 모두 2조8000억원을 자사주 소각과 배당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한 우선 수혜자는 물론 아이칸측입니다만, 주가 오르고 배당 늘면 다른 주주들에게도 똑같이 이익입니다. 그러니 딱히 흠잡을 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둘째, 자사주 매입과 배당 상승 외에 M&A 이슈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로도 주가는 오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칸은 언론의 화려한 조명 속에서 각종 수사(修辭)와 액션으로 인수합병 재료를 부각시키고, 경영권을 위협해 주가를 띄워 차익을 노렸습니다.

특히 아이칸측은 지난 2월 사실상 공개매수 내용을 담아 서신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허언일 뿐이었습니다. 주가를 띄울 목적에 공개매수를 `사칭`했다면 시세조종의 잣대를 들이댈수도 있습니다만, 국내법에는 정식공개매수를 선언한게 아니면 법으로 옭아맬 수 없다 합니다. 요컨대 아이칸이 허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우리 시장이 허술한 제도로 인한 수업료를 또 지불했으며, 다시 이를 내지 않으려면 서둘러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세번째로, 그렇다면 KT&G는 무엇을 잃었을까요.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으로 비용을 지불했고, 계열사인 바이더웨이를 매각했습니다만 이것을 딱히 손해항목으로 잡아야 할지는 애매한 문제입니다.

결국, 배아프다 해서 삼식이네 할아버지를 흉보는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아이칸은 이미 미국에서도 `사냥꾼`으로 악명높은 인물이며 국내 투자자들이 그걸 몰랐던 바도 아닙니다. 양의 탈을 쓰고 왔다가 갑자기 늑대로 변신한건 아니란 얘깁니다.

배아파 하기 전에 아이칸처럼 악명높은 사냥꾼도, 가치투자 원칙을 지닌 장기펀드도, 선량한 소액투자자도 모두 함께 경쟁하는 곳이 자본시장임을 환기했으면 합니다. 이런 자본시장에서의 선악의 기준은 무엇이 이득(돈)이 되느냐 입니다. 물론 공정경쟁의 룰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서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래에 `칼 아이칸은 전형적인 먹튀`라며 비판한 한 언론사의 기사에 대해 포털사이트 이용자들이 달아놓은 댓글을 간추려 옮겨 봅니다.

SK-소버린 이슈 당시 어느 쪽의 입장도 지지하지 않고 기사를 쓰다가 `외국자본의 앞잡이`등 온갖 비난을 받았던 기억을 되새기니, `격세지감`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군요. 대중의 인식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이럴걸 몰랐나? 대비하지 않은 경영자나 관계기관의 무능을 탓하지 누굴 탓하랴"

"아이칸은 매매수익을 조기실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었을 뿐이다. 자본은 자본일 뿐 외국 국내자본으로 이분하고 외국자본이니 못된 짓을 했다는 논조는 이해가 안간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주식사서 차익남기는게 욕먹을 일이냐, 억울하면 미국가서 주실 잘 사서 시세차익 남기던지.."

"우리나라 일반인이 많이 가입한 펀드자본이 인도나 일본서 수익 올려도 이렇게 평가할건가, 자본주의 주식시장의 자연스런 생리인데.."

"외국인이 돈벌면 문제고, 국내 기관이 돈벌면 아무 문제가 없나?"

"아이칸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투기성 단기투자에 성공했다면 우리 금융시장의 허점이 무엇인지 생각할 일. 투자와 투기는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 내가 하면 투자고 남이 하면 투기라는 식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싸움에 지고 나서 `저놈들 질 안좋아`는 변명일 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누가 왕이 될 상인가
  • 몸풀기
  • 6년 만에 '짠해'
  • 결혼 후 미모 만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