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들은 보유중인 대우건설 주식을 주당 1만8천원에 넘기고 출자전환하라. 금호그룹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간에 일어난 아시아나항공 지분거래를 원상복구해라." (금호그룹 일부 은행채권단)
"2조2000억원 자금 끌어와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 대한통운 경영권 확보하겠다." (FI·금호 풋백옵션 보유기관)
은행중심 채권단의 제안,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반발, FI들의 역제안, 은행들의 반발, 개인투자자들의 읍소···.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과 기관투자자간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채권단에서 소송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내 돈 돌려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읍소에 가깝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권 채권단은 금호에 대한 풋백옵션을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대우건설 주식을 주당 1만8000원에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풋백옵션 행사가격(3만1500원)과 주당 매각가격과의 차액 중 상당부분은 출자전환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이에 반발한 FI들이 역제안을 산업은행에 걸어왔다.
벌써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금액에 대한 투자의향 기관들이 있다며 산업은행 등을 압박하고 있다.
증자대금으로 개인 채권자들의 빚도 갚아주고, 금호산업과 계열사들을 살린 뒤 추후 경영권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산업은행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민유성 행장은 "좋은 대안은 환영이지만, 자칫 정상화 방안이 왔다갔다 시간만 끌다가는 기업이 망가진다"고 말했다. 부정적인듯 하면서도 살펴볼 여지는 있다는 뉘앙스다.
그러나 만약 실제로 FI들의 투자유치 가능성이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면, 이들을 제안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틈바구니에 낀 개인투자자들의 하소연도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투자자들이 모였다.
한 투자자는 "내 돈에 빚까지 보태 1억원을 투자했다"며 "원금조차 못 받는다면 용산참사보다 더한 일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금융질서 믿고 투자했는데 원금 손실을 본다면 누가 채권을 사고 기업어음(CP)을 사겠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어떤 투자자는 "개미들이 무슨 죽을 죄를 졌다고 도덕적 해이를 들먹이며 채권은행과 같은 비율로 손해를 봐야 한다는 거냐"며 읍소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금호아시아나그룹 스스로가 시간을 끌다가 타이밍을 놓친 마당에 채권자들끼리 머리싸움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