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미국 내 유대계 파워 입증한 '리틀 버핏'

WSJ, 반(反)유대주의 퇴출 선봉 선 빌 애크먼 조명
월가 '취업 블랙리스트' 이어 명문대 총장 사퇴까지
애크먼의 집요함, 미국 내 '유대계 파워' 보여줬다
  • 등록 2023-12-13 오후 1:44:23

    수정 2023-12-13 오후 7:18:08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월가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이 ‘반(反)유대주의’ 퇴출 운동의 선봉에 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리틀 버핏’으로 불릴 정도의 거물인 그의 집요함은 미국 내 유대계 파워를 방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 (사진=AFP 제공)


反유대 집요하게 공격한 애크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애크먼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모교(하버드대)의 반유대주의 대처를 가장 강하게 비판한 인사”라며 “주주행동주의 투자자(shareholder activist·주주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적극 행사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로서 몸에 익은 전술을 썼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인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펜실베이니아대(유펜) 등에서 반유대주의 움직임이 일자 애크먼이 적극 나서 이를 방어·공격했다는 뜻이다.

애크먼은 지난 1966년 뉴욕주 채퍼콰에서 유대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났다. 하버드대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 동창들과 함께 행동주의 펀드(activist fund)를 표방한 투자회사 ‘고담 파트너스’를 설립하면서 월가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후 현재 퍼싱스퀘어를 세우면서 투자의 전설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 비견될 정도의 빅샷으로 성장했다. 2019년 재혼한 부인은 세계적인 유대계 건축학자인 네리 옥스먼 MIT 교수다. 그의 네 딸 중 한 명 역시 하버드대에 다녔다. 애크먼은 이번 전쟁을 두고 “본능적인 연결성이 있다”고 말하며 본인의 유대계 정체성을 드러냈다.

애크먼은 10월 7일 발생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의 책임을 이스라엘로 돌리는 하버드대 학생 모임의 성명서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WSJ에 따르면 그는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서명한 하버드대 학생 모임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애크먼은 “퍼싱스퀘어 외에 다른 월가 회사들이 테러리스트를 지지한다고 알려진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을 막고 싶었다”며 하버드대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건드렸다. 이에 일부 모임은 서둘러 서명을 취소했다.

애크먼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까지 저격했다. 게이 총장이 빠르게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가에 유대인 혐오가 확산했다는 주장을 담은 공개 서한을 보낸 것이다. 실제 최근 연방 하원 교육위원회가 게이 총장을 비롯한 아이비리그 명문대 총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연 청문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애크먼의 서한을 언급하면서 공감을 표했다.

애크먼은 청문회가 끝난 뒤에는 대학 총장들이 유대인 혐오에 대한 질문에 모호하게 대답했다는 이유로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또 주목받았다.

이를테면 지난 9일 전격 사퇴를 발표한 엘리자베스 매길 전 유펜 총장은 엘리스 스테파닉 공화당 하원의원이 교내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를 두고 ‘유대인 제노사이드(genocide·소수집단 말살) 부추기는 게 유펜 교칙을 위반한 것이냐’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에 스테파닉 의원은 “예 아니면 아니오로 답변해 달라”고 했지만 매길 전 총장은 판단 유보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이후 커지는 사퇴 압력에 결국 굴복했다. 같은 청문회장에 있던 게이 총장, 샐리 콘블루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총장 역시 명확한 답변을 주저했다. 애크먼은 매길 전 총장이 사임을 발표하자 “한 명은 처리 완료”라는 글을 올렸다. WSJ는 “명문대 총장들이 사퇴 압박을 받는 과정에 애크먼의 집요함이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유대계 파워 보여줬다”

WSJ는 그가 2012년 굴지의 건강보조식품업체 허벌라이프를 겨냥한 대대적인 공매도 사례를 거론했다. 세계 80여개국에서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허벌라이프의 실체는 불법 피라미드라는 그의 주장은 처음에는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애크먼은 “세상 끝까지 쫓아갈 것”이라며 피라미드 영업의 문제점에 대한 공론화에 나섰다. 결국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조사에 나서면서 허벌라이프는 2억달러(약 2600억원)의 과태료를 납부했다. WSJ는 “(이번 총장 퇴출 운동은) 행동주의 투자자로서 그의 경력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게 아니다”고 전했다.

애크먼의 집요함은 미국 내 유대계 파워가 얼마나 센지 증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가 ‘취업 블랙리스트’는 세계 최고 하버드대 학생들까지 벌벌 떨게 한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월가는 유대계 입김이 상당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다만 애크먼의 행동이 역풍을 불렀다는 지적 역시 있다. 애크먼은 게이 총장이 하버드대 첫 흑인 총장으로 선출된 과정을 거론하면서 자격이 부족하다고 공격했다. 이를 두고 인종차별의 소지가 다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버드대 이사회는 이날 게이 총장을 유임시키기로 했는데, 이는 애크먼의 공격이 워낙 거칠다 보니 하버드대가 오히려 반감을 가졌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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