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밀어붙인 이재명 "尹, 즉시 수용해야" vs 與, `시장 왜곡` 우려

李, SNS 통해 "농민들 기다릴 여력 없다"
與 "양곡법, 부작용 명백"
농민단체들도 "농민 의사 반영 없이 정쟁 수단" 비판
  • 등록 2023-03-24 오후 2:04:33

    수정 2023-03-24 오후 2:16:32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처리한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쌀값 정상화법을 수용해 달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울산시 남구 민주당 울산시당사에서 제87차 현장최고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농민이 살아야 농업이 살고, 농촌이 살아야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농업은 국가안보와 식량안보를 위한 전략산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피해가 막심하고 농민들이 누렇게 익은 벼를 갈아엎을 정도로 농심이 들끓고 있다. 그 피해가 국민 전체에 미치기 전에 정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조치가 이번에 통과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즉 쌀값 정상화법이다. 야당이 농촌을 보호하고 식량안보를 지켜낼 방안을 제시하였음에도 정부여당은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반대입장만 거듭했습니다. 의장 중재안도 여당의 외면을 받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이 법안이 통과되자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의 삶에는 더 이상 기다릴 여력 없다”며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여야가 따로 없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즉시 ‘쌀값 정상화법’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찬성 169, 반대 90, 기권 7)했다. 이 법안은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측에서 반대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여당 동의 없이 해당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본회의로 직회부한 바 있다.

여당이 이를 반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원리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잉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정부 매입)를 의무화하는 법이 작동할 경우 쌀 과잉 생산이 만연해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농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쌀값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농민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안 그래도 쌀이 남아도는데다 (양곡관리법 시행시) 매년 1조원이 넘는 매입을 하고 10분의 1을 내다 버릴 수 있다”며 “농업을 파괴하고 정부를 곤란에 빠뜨리는 방법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 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 행사를 저울질하고 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본회의 처리 직후 “법률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부작용이 너무나 명백해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제안하겠다. 쌀 생산 농가와 농업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 법안에 대해선 농민단체도 반대의 뜻을 내놓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쌀은 기계화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재배가 쉬운 만큼 판로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면 다른 작물로 유인이 쉽지 않아 수급조절 기능이 약화 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농민 의사는 반영하지 않고 법 개정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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