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경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분 쌓고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의 조직을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1계는 로맨스 스캠 국제 사기단 조직원 A(39, 나이지리아 국적)씨를 비롯한 외국인 1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거하고 전원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시리아에 파견된 미군, 의사, 기업가 등을 사칭하며 SNS를 통해 피해자와 친분을 쌓은 뒤 출장 중 사고처리 비용, 밀린 임금 문제 해결, 통관비용 등 명목을 핑계로 금품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약 1년간 피해자 30명에게 총 251회에 걸쳐 19억원 상당의 돈을 뜯어냈다.
| 경찰이 로맨스 스캠 인출책을 검거하는 장면 (자료= 서울청 광역수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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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장기간 SNS 교류를 통해 쌓인 감정적 유대관계로 인해 손쉽게 이들의 범행에 당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적게는 수백만원 수준에서, 3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도 있었다. 특히 피해자 B(32)씨는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알게 된 피의자에게 ‘두바이 출장 중 짐을 분실했고, 자신의 은행계정이 막혀 돈이 필요하다’는 등 메시지를 받은 후 총 64회에 걸쳐 3억 1500만원을 송금했다.
통상 로맨스 스캠 조직은 피해자와 연락을 하는 해외 총책, 총책의 지시를 받아 국내 인출책 등을 관리하는 국내 총책, 피해금을 인출하는 인출책 등으로 구성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공범 간 연락은 추적이 어려운 해외 채팅 어플을 사용하고, 피해금 인출 후에는 관련 SNS 대화 내역을 삭제하는 등 수사기관의 단속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피해금을 인출할 당시 입었던 옷은 바로 폐기하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검거된 조직원 등은 주로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로, 관광비자로 입국한 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하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조직원들의 여죄를 계속 확인하는 한편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로맨스 스캠 조직원들의 검거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