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챗봇 어니봇, 시진핑 등 정치 질문에 답변 거부"

로이터 "그림·시 창작하나 민감 질문 회피"
톈안먼·위구르·美대통령 질문도 비슷한 반응
"관련법 등 고려해 공개 논의 여부 판단"
  • 등록 2023-03-21 오전 11:33:22

    수정 2023-03-21 오전 11:33:22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중국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가 선보인 인공지능(AI) 챗봇 ‘어니봇’(Ernie Bot, 중국명 원신이옌)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고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리옌훙 바이두 회장이 어니봇 출시 기념 기자회견에서 어니봇의 성능을 소개하고 있다.(출처=유튜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체 체험 결과 어니봇은 몇 초 안에 꽃을 그리고 당나라 시대 형식의 시를 창작할 수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대부분 질문에 사실상 답변을 하지 못했다. 로이터 취재진이 시 주석이 좋은 지도자인지, 그가 중국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물어보고 시 주석을 주제로 한 시와 초상화를 요구했으나, 어니봇은 “거대언어모델 AI로서 해당 질문에 답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서 “다른 질문을 하면 답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소수민족에 대한 당국의 처우, 중국이 통일을 목적으로 대만에 군사 동원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도 어니봇은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혹은 사용자에게 “주제를 바꾸고 다시 시작하자”며 대화 주제 변경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어니봇은 조 바이든이나 도널드 트럼프 등 전현직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도 유사한 반응을 보였으나, 미·중 관계가 악화된 이유 등 국제관계에 대한 일부 질문에는 상세히 답했다.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질문에 어니봇은 “관련 법과 도덕적인 기준”을 고려해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주제인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은 “어니봇이 정치적 논의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보여준 것은 바이두가 민감한 주제에 대한 검색 결과를 검열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준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6일 리옌훙 바이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어니봇 공개 발표회에서 “오픈AI의 챗GPT의 문턱이 높지만, 바이두는 전 세계 빅테크 업체 중 최초로 AI 챗봇을 선보이게 됐다”면서 “어니봇이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출시 당일 리 회장이 실시간 시연 없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와 사전 녹화된 시연 자료에 의존해 어니봇 기능을 소개하자 시장은 크게 실망하면서 같은날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바이두 주가가 6%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일부 사용자들이 어니봇이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한해 기술적인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는 후기를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하면서 다음날 바이두 주가는 13% 넘게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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