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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2차 진원지로 지목된 삼성서울병원은 14번째 메르스확진 환자를 진료했던 응급실을 폐쇄한 뒤 입구에 간이 접수처를 마련해 환자들을 맞고 있다. 밤낮없이 환자가 붐볐던 병원 로비는 한산했다. 이 병원에서는 메르스 확진환자 17명이 발생했다. 병원측은 현재 메르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 의료진 등 893명을 격리조치하고 모니터링 중이다.
하지만 서울삼성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크지 않았다. 문제가 됐던 응급실은 격리됐고, 병원측 관리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서울병원 입원병동에서 만난 50대 한 남성환자는 “신종플루도 그렇고 메르스도 감기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며 “건강한 사람은 치료하면 사망까지 이르지는 않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외부 면회자는 출입을 자제시키고 보호자는 별도 네임택을 달아주는 등 병원측이 철저히 관리하고 있어 퇴원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삼성서울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는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9개월째 입원 중이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이건희 회장의 병원 이동은 검토한 적이 없다”며 “환자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퇴원할 이유가 전혀없다”고 잘라말했다.
경북 경산시에서 상경해 입원한 지 3일째 됐다는 김모(63)씨는 “여의도 성모병원에 메르스 감염자가 다녀간 사실은 정부 발표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감염이 우려됐다면 입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60대 환자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줄어든 탓에 여유가 생겨서인지 의사들이 예전보다 세밀하고 친절하게 진료해 준다”며 “병원에서 관심을 갖고 치료해 주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라고 말했다.
여의도 한 교회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이번 주 예배를 보러 나온 노년층이 지난주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며 “감염을 우려해 공공장소에 안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또는 경유 사실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병원은 환자와 가족들의 동요가 컸다.
지난 5일 항암치료를 위해 아버지를 카톨릭대 부천성모병원에 입원시켰다는 강모(40)씨는 “정부가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병원 명단을 좀 더 일찍 공개했더라면 다른 병원을 알아보거나 입원 시기를 늦췄을 것”이라며 “아버지가 폐암 치료를 받고 있어 면역력이 많이 저하된 상태인데 혹시 메르스에 감염될까봐 걱정이 크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분개했다.
경기도 부천 소사구 메디홀스의원 앞에서 만난 지역 주민 강선명(여·75)씨는 “혈압과 당뇨병 때문에 가끔 이 의원을 찾는데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곳이란 얘기를 어제 전해 듣고 병원을 옮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스홀스의원 사무장인 B씨는 “메르스 환자 경유 이후 소독을 철저히 했고 환자의 어머니와 동생도 감염되지 않았다고 해서 정상 진료를 하고 있다”면서도 “병원 이미지가 훼손돼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