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이 지금과 같은 돈풀기가 필요없을 것으로 판단해 올해 양적완화(QE)를 점차 축소해 나갈 전망인 가운데 그동안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 유입으로 덕을 봤던 신흥국들로서는 돈줄이 고갈될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신흥국에서 자금의 80%가 빠져나가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금리 최대 2%p 오를 수도..신흥국 유입 자금 급감”
세계은행(WB)은 15일(현지시간) 연례 세계 경제 보고서에서 “연준의 점진적 자산매입 축소가 신흥국 시장에 ‘완만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테이퍼링(tapering·QE 축소)이 급격하게 진행될 경우 선진국의 장기 금리가 짧은 기간에 최대 200베이시스포인트(bp·1bp=0.1%포인트) 상승하는 파국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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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금융시장은 타격을 크게 받았다. 보고서는 장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신흥국에 유입되는 자금이 평균 30% 줄어들고 2%포인트 상승하면 45%까지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섣부른 출구전략 안돼..글로벌 경제 여전히 취약”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선진국들의 출구전략에 우려 섞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미 프레스클럽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글로벌 경제 성장은 아직 너무 낮은 수준인 만큼 각국 중앙은행들이 신중해야 하며 섣불리 출구전략을 써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 성장이 충분히 강해지고 성장세가 견고하게 뿌리를 내릴 때까지 긴축정책으로 섣불리 선회해선 안된다”며 “올바른 정책 조합은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한 핵심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연준이 점진적으로 시장과 잘 소통하면서 테이퍼링을 지속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또한 큰 충격을 줘 시장을 뒤흔들 것 같지도 않다”고 낙관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월 850억달러 규모였던 채권 매입 액수를 올해 1월부터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감축하는 테이퍼링에 나서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연준은 이달 28∼29일 새해 첫 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축소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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