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한은 "물가정점 통과 단정 못해도 당분간은 점진적 인상"

한은, 2022년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7월 물가 정점인지 아직 확신은 어려워
다만 당분간 0.25%p 인상 기조는 유지
  • 등록 2022-09-08 오후 12:43:11

    수정 2022-09-08 오후 12:47:25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러시아의 대(對)유럽 가스중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지속 전망 등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 정점이 지났는지 아직 확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통화정책결정회의가 열릴 11월까지 대내외 변수들이 많이 남아있는 점,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밝힌 ‘당분간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9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최창호 조사총괄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우신욱 정책협력팀장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8일 열린 ‘2022년 9월 통화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현재 기준금리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한 두차례 더 올리면 상단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당시 2.5%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중립금리 중간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다음은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등과의 일문일답.

-이창용 총재가 7월 물가를 정점이라고 했는데, 이후 러시아 가스 중단과 환율 급등에 따라 당초 예상한 10월로 지연되는 것 아닌가.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비 5.7%, 전월비-0.1%)이 국제유가 하락 영향 등으로 7월에 비해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앞으로 전망도 당분간 5~6%대를 보이다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 향후 국제 에너지 가격 흐름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고 근원물가 오름세도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정점의 시기가 지난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지연될 것인지는 지금 단정하기 어렵다.

-작년 8월부터 금리를 올렸는데, 하반기부터 금리 파급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한 이유는 뭔가.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나타나는 기간은 통상적인 계량분석에 따르면 보통 6개월~1년, 최대 2년 정도까지로 추정된다. 다만, 금융시장 상황이나 경기 등 상황에 따라 조금 더 빨라질 수도 있고 늦어질 수 있다. 또 기본적으로 실물경제에 기준금리 효과가 파급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을 거쳐가야 하는데, 금융시장에서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물가에 주는 영향도 일반 경제 주체들의 기대나 한은의 통화정책 의지 등에 따라 정책 파급효과의 시기나 폭, 강도가 조금씩 다르다.

-중국 금융불안 등 다른 위기 상황도 있는데 우리나라 자본유출 시기를 한미 금리 역전 시기에만 집중 비교한 이유는 뭔가.

△이론적으로 내외 금리가 역전이 되면 자본유출 위험이 크지 않느냐는 의문이 많아서 직접 비교를 한 것이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시기를 보면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15년 하반기께 중국 금융불안 시기였다. 내외금리차 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적으로 취약성 여부나, 국제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자본유출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중앙은행의 물가 대응이 미흡한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무엇인가.

△한 가지를 기준으로 두긴 어렵고 현재 물가상황과 전망, 추정할 수 있는 중립금리 등과 비교해 판단한다. 중립금리보다 기준금리가 낮으면 완화적이고 높으면 긴축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물론 추정 불확실성이 커서 어떤 특정 수준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 2%에 잘 고정되어 있는 것도 중요하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 불안이 중장기 심리로 번지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중립금리 중간 정도인데, 한 두번 더 올리면 긴축인가. 이 총재가 잭슨홀 미팅 당시 연준이 인상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도 멈추기 어렵다고 했는데 내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인지도 궁금하다.

△지금 중립금리 중간 수준에 근접해 있는 것 같고 한두 차례 더 올리면 상단 쪽으로 가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잭슨홀 미팅 발언에 관해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조정과 기계적으로 연계되는 것은 아니고 내외금리차 역전으로 자본유출이 무조건 일어난 것도 아니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영향이 워낙 크고 우리 경제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겠단 취지인 것 같다.

-최근 환율이 너무 많이 뛰면서 물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빅스탭이 또 필요한 것 아니냔 주장도 있다.

△최근에 환율이 올랐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경기와 물가 상황이 지난 금통위 때 이후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따라서 통화 정책도 현재로서는 지난 8월 금통위에서 밝힌 당분간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 금리 인상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최근 환율이 1380원을 돌파했는데 통화스와프 필요성이 없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이 총재는 최근 통화스와프를 맺은 국가 통화도 떨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소용이 없다는 뜻인가.

△한미 통화스와프가 소용없다거나 필요없다 그렇게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통화스와프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외화유동성 쪽인데, 지금 외화 유동성 사정이 어려운 것은 아니고 스와프 체결이 우리 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 연준이 합의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미인 듯 하다.

-올 상반기 물가 상승률 4.6%중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0.4%포인트라고 분석했는데 더 확대될까.

△그동안에 원화 약세는 기본적으로 대내 요인보다 대외 요인에 주로 기인했고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가속되면서 주요국 통화와 원화가 동반 약세를 보였는데, 최근에는 우리 기본 경제여건에 비해서 상승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해 쏠림 현상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 한국은행은 국내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상황 변화와 함께 시장참가자의 행태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할 것이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게 되면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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