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엔화…BOJ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 약세 지속

가팔라진 엔저…간밤 美서 151엔대 후반까지 치솟아
日 마이너스 금리 해제 상징적 인식↑…금융완화 여전
美연준 중장기 금리전망 상향…인하 지연 가능성 확산
"연준 올해 두차례 금리인하 그칠 것이란 견해도 나와"
  • 등록 2024-03-21 오전 11:08:05

    수정 2024-03-21 오전 11:08:0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에도 엔화가 주요 통화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추가 가치하락 예측까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BOJ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사진=AFP)


20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미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51.20~30엔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달러당 151.82엔까지 치솟아(엔화가치는 하락) 지난해 11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BOJ가 지난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폐지 및 상장지수펀드(ETF)·일본부동산투자신탁(J-REIT) 매입 중단 등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대표하던 정책들을 일제히 폐지했음에도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BOJ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상징적’ 제스처에 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기존과 비슷한 수준으로 국채를 계속 매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중장기 금리 전망을 상향함에 따라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5.25~5.50%로 동결하고 점도표를 공개했다. 올해 최종 금리 중간값은 4.6%로 기존과 동일했지만, 2025년 최종 금리 전망은 기존 3.6%에서 3.9%로, 2026년 전망은 2.9%에서 3.1%로 각각 높여 잡았다.

내년 말 이후 장기 금리(longer run)도 2.5%에서 2.6%로 올렸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린다고 가정하면 연내 세 차례 금리인하 전망은 유지한 것이지만, 내년 이후 인하 전망은 기존 10차례에서 9차례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 격차가 단기적으론 확대할 수 있고, 향후 좁혀지는 속도도 당초 예상보다 완만할 것이라고 시장은 판단했다.

아울러 시장 일각에선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횟수가 두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연준이 이날 올 연말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6%로 상향했기 때문이다. 고금리에도 미 경제가 버티고 물가도 계속 연준 목표치(2%)를 웃돈다면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성이 줄어든다.

씨티그룹은 “엔화가 단기적인 약세에 더욱 취약해졌다”며 달러·엔 환율이 152엔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21일 오전 10시 46분 현재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상방 압력 속에 150.45~150.47엔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엔저가 지속되는 상황과 관련해 “시장에 영향을 주면 안되기 때문에 기존과 마찬가지로 (환율 관련) 코멘트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이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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