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서울분원에서 근무할 당시, 갑자기 경비실에서 누가 찾아왔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누군가 했더니 허름한 옷차림을 한 처음 보는 남자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고 쫓겨난 후였다. 그분을 연구실로 데려와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은 신선설농탕 사장인데, 연구비가 부족하다는 기사를 보고 왔다. 뭐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조 박사는 “액체헬륨 가격이 많이 올라 헬륨 값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한 자기장을 걸어주기 위해 초전도자석을 이용하는 MRI는 초전도자석을 유지하기 위해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때 이용하는 것이 헬륨이다. 당시 MRI 실용화 연구를 하던 조 박사는 헬륨 가격이 오르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처음 본 낯선 남자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허름한 옷을 입은 남자는 흔쾌히 “그럼 그 헬륨 값 내가 내겠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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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박사는 또 오 회장에게 MRI를 한 번 찍어보라고 했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강한 자기장을 사용하는 탓에 MRI를 찍을 때는 반드시 몸에 착용한 금속 물질들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오 회장 역시 호주머니에 있던 물건들을 주섬주섬 꺼냈는데 버스 토큰이 보였다. 조 박사는 “매달 몇 백만 원을 투척하면서도 버스를 타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조 박사는 단일 화학물을 구조를 분석하는 핵자기공명(NMR)과 달리, MRI는 경사자장코일을 활용하기 때문에 큐비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양자역학 쪽에서는 대중적 이야기가 아닐뿐더러 고령의 연구자라는 선입관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세계적인 석학조차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은 1992년이나 2023년이나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조 박사는 “양자컴퓨터는 아직 헤게모니를 이룬 방식이 없고,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많이 뒤떨어져 있다”면서“새로운 아이디어가 이런 상황을 돌파할 방법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적극적으로 수용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