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공급병목 현상 장기화 등으로 중국 생산자물가와 수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경우 대중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단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국과 아세안 5개국 등에서 수입해오는 소비재는 구매빈도가 높은 생활필수품이 많아 중국 물가 상승세 지속이 국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단 분석이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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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대중·대아세안 5개국 수입소비재 관련 품목의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기여도는 올해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지수 기여도는 올해 1월 0.35%에서 지난 11월 1.03%까지 올라 꾸준히 상승한 흐름을 나타냈다. 기타품목에 대한 기여도 역시 같은 기간 0.31%에서 2.68% 가량으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역시 0.7%에서 3.7%까지 뛴 모습을 나타내 중국 물가와 우리나라 물가 상승 흐름 간의 관계가 밀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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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물가 상승 여파가 국내 물가로 전이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한은이 아시아개발은행(ADB)자료와 국제산업연관표(MRIO)를 활용해 지난해 기준 최종수요 중 소비지출만을 대상으로 시산한 결과 작년 한 해 중국으로부터 직접 수입한 소비재 규모는 169억 달러에 달하며 중간재를 거친 제3국 소비재 수입 경로와 국내 생산 소비재의 규모는 각각 55억, 17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원재료+자본재) 수입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중국산 중간재의 상당부분이 국산 수출품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국제산업연관표(MRIO, 2020년)를 이용한 시산 결과,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중국산 중간재(670억달러)의 74.3%(498억달러)가 국산 수출품에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 자료=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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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물가 상승 흐름이 더욱 거세지면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특히 올 10월 중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3.5%로 1996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중 수입 소비재 및 중국산 중간재가 투입된 대아세안5개국 수입소비재 관련 품목의 국내 소비자물가 기여도가 점차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산 소비재에 대한 중국산 중간재의 비용 상승 압력도 증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중·대아세안5개국 등으로 부터 수입하는 소비재 중 생활용품, 음식료품 등은 구매빈도가 높아 국내 물가에도 영향이 크단 점이다. 생활용품, 음식료품 등 생필품의 수입단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국내 소비자가격 상승폭도 확대되고 있고, 가전 및 의류의 경우 최근의 수입단가 상승이 점차 국내 소비자가격에 전가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수입 소비재 품목을 나눠보면 내구성 생활용품이 23%, 음식료품이 19%, 의류가 16%를 차지했다. 가전과 비내구성 생활용품도 16%, 5%로 나타났다.
특히 대중 수입 음식료품은 농수산물 비중이 77.6%에 달해 중국산 농수산물이 주로 사용되는 가공식품 원재료, 단체급식·외식업체 식자재 가격을 올리면서 국내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중간재 수입단가 상승은 아직 국산 소비재가격에는 뚜렷하게 전가되고 있지 않지만, 기업의 생산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향후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중국산 중간재의 수입 단가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국내 생산자물가 오름세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화학 및 금속제품의 경우 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국내 생산자가격 상승폭도 확대됐다. 전자·광학제품의 경우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패널을 중심으로 대중 수입단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국내 생산자 가격에 전가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