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경제부총리의 색깔론

  • 등록 2002-10-25 오후 5:25:33

    수정 2002-10-25 오후 5:25:33

[edaily 오상용기자]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97년 상황과 비교해서 결코 안심할 수준은 아니며 경제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거죠. 그러나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색깔이 이상한 일부 학계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정책팀의 오상용기자는 우리경제를 둘러싼 불안요인 만큼 경제수장의 편견도 걱정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담임선생님의 꾸지람을 듣던 중 제가 핑계를 대며 대거리를 한적이 있었지요. "왜 이렇게 말이 많냐, 공산당이냐?" 선생님의 한마디에 더 이상의 항변은 접고 얌전히 손바닥을 내밀었습니다. 다소 억지일지 모르나 태어나 처음으로 당한 `색깔론`의 피해 사례입니다. 제자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데 평생을 바치신 은사님의 명성에 누를 끼치기 위한 서두는 아니였습니다. 이 글을 보시게 될 선생님들께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세상만물은 저마다의 색깔과 냄새, 모양 등 다양한 특색을 지녔습니다. 사람들은 그속에서 비슷한 부류를 묶고 거기에 어떤 질서와 법칙을 부여하기를 좋아합니다. 나아가 이같은 경험에 비춰 새로 접하는 사물과 사건을 평가하곤 하지요. 우리가 흔히 쓰는 `선입견에 잡혔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는 표현이 이와 궤를 같이 합니다. 오늘은 제가 출입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의 수장인 전윤철 부총리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합니다. 요즘 강연에 나서는 전 부총리의 연설은 거침이 없습니다. 특유의 자신감과 강직함으로 좌중을 압도하곤 하지요. 그러다보니 정치권이나 정책분석가들의 정부비판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가감없이 표현하기 일쑵니다. 오늘(25일) 한 여성경제단체가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일부 색깔이 이상한 대학교수들이 97년 외환위기때와 지금의 경제사정이 비슷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부총리의 다소 볼멘 소리도 최근 그의 심기를 보여준 일례가 되겠습니다. 다만, 평소 "외환위기후 무너진 복지시스템을 일으키고 중산서민층을 위한 정책을 폈더니 정부의 색깔이 이상하다고 한나라당에서 비난하더라"며 색깔론의 피해자임을 자처하던 부총리였기에 이날의 색깔 운운은 의외더군요. 요즘 신문과 방송에선 우리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불안요인을 지적하고 외환위기 재발을 우려하는 학계의 목소리와 97년 외환위기때와 비교해 자만할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전 부총리는 이같은 경고가 지나치게 현상을 호도해 불안심리를 조장하고 국민의 정부가 이룩한 경제성과를 격하시킨다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부총리의 불만에도 이유는 있어 보입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바닥을 드러낸 외환보유고는 이제 1000억달러를 훌쩍 넘어 세계 4위수준으로 올라섰고, 금융시스템도 대체로 안정을 찾은 모습인데다 몇몇 부실기업들도 정리했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빚어낸 성과가 이처럼 빛을 발하고 있는데도 이를 몰라주는 언론과 일부 학자들의 비판에 부총리는 본인의 표현대로 `정말 억장이 무너질 것`같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5년간의 경제성과와 경제팀의 노고를 몰라준다해서 `색깔이 이상한 대학교수`로 분류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은 다만 색깔이 `다를` 뿐이지, 색깔이 `이상`한 건 아닙니다. 인류 발전의 원동력엔 하나의 깃발아래 뭉친 단결력뿐만 아니라 그 깃발에 대한 의구심과 비판정신도 있습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일선 정부부처의 노력을 인정하고 칭찬해야 한다는데 동감합니다. 다만, 그러기에 앞서 밀린 월급에도 묵묵히 일하고 끝내 눈물을 머금고 정든 직장을 떠나 거리를 배회했던 `아버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쪼들린 살림에 일터로 나선 `어머니`의 고생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저는 전 부총리가 `97년말과 2002년말이 비슷하다`는 주장을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들의 고생을 잊지말자는 경종으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경제수장은 정치권을 비롯한 각종 이익집단의 외풍에 흔들림 없는 강직함도 갖춰야 겠지만 귓전으로 바람소리를 날려보내는 여유속에 쓴 소리도 새겨 듣는 꼼꼼함도 지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오늘도 완벽‘샷’
  • 따끔 ㅠㅠ
  • 누가 왕인가
  • 몸풀기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