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최근 벌어진 서울대공원의 얼룩말 ‘세로’가 도심에 출현했던 사건과 관련해 “언론은 ’조실부모, 얼룩말 세로의 탈출 방황‘이라며 짧은 일탈로 표현하고 있지만 세로의 탈출은 그리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인근에서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이 주택가를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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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집행위원회에서 “광진구 도심 한복판 얼룩말 ’세로‘의 출현은 자유를 향한 인간들의 판타지가 아니다. 관람목적 동물원은 축소 폐기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수컷 그랜트 얼룩말 ‘세로’가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우리를 부수고 탈출해 서울 시내를 활보하다 붙잡혀 3시간여만에 돌아왔다. 이후 세로가 재작년과 작년에 부모를 잇달아 잃고 홀로 지내면서 급격히 외로움을 타기 시작했다는 사연이 알려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넓은 영역에서 무리를 짓고 살아야 하는 얼룩말이 극심한 관람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벌어진 일이다. 세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또다시 짝을 수입해 무리짓게 한다 해도, 좁은 사육환경과 기후, 늘어나는 관람객으로 인한 스트레스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문제는 세로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도 ‘체험 동물원’, ‘이색 동물 카페’라는 간판을 단 유사 동물원들이 도심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좁고 답답한 실내 우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숨을 곳도 없이 방문자들의 손길에 그대로 노출되는 동물들이 동네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아이들의 놀이 장소에서 반윤리적 상업행위가 진행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 전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한국의 기후와 좁은 동물원에 적응하기 힘든 외래 생태종 수입 위주의 동물원 운영방식에서 탈피해 토착 생태종을 보전하고 육성하는 방식의 동물원 운영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얼룩말 등 넓은 영역에서 무리 짓는 동물들을 수입했다가 폐사했다고, 짝을 짓기 위해 더 수입하는 식의 동물원 운영은 멈춰야 한다. 관람용 해외 야생동물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며 “‘관람’목적의 동물원은 이제 축소폐기 방향으로 가고, 동물원이 필요하다면 ‘동물보호’에 초점을 맞춘 생태동물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