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으로 얼굴 싹 바꿔 도피..‘45억 코인사기’ 일당 검거(종합)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성형수술로 10개월간 도피 생활을 이어온 ‘45억원 코인 사기 사건’의 총책 40대 김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를 비롯한 모집책 등 일당 14명은 가상자산(코인) 채굴 사업에 투자하면 매월 투자금의 18%를 지급하겠다고 158명을 속여 45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코인 투자 하면 18% 이익 줄게”…158명 속여

검거 당시 모습 및 총책 A씨 은신처에서 발견된 현금(사진=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의 광수단 브리핑룸에서 열린 수사결과 발표 자리에서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 김씨와 상위모집책 A씨 등을 각각 지난 2일과 지난해 9월 26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모집책 7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으며, 성형외과를 알선해주고 대포폰 등을 제공하며 김씨의 도피를 도운 지인 등 5명은 범인도피 및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총책 김씨 등 7명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코인 투자 시 매월 투자금의 18%를 지급하겠다’고 158명에게 접근해 약 160억원을 받아 이 중 4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지방 국립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인물로, 동종 범죄 이력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아는 지식이 있다 보니 트레이딩 시스템을 개발한 다음, PC 화면 4대 이상을 띄워놓고서 피해자들에게 설명해 (피해자 입장에서) 상당히 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당한 피해자 중에서 가장 크게 피해 본 사람은 2억 5000만원 상당의 돈을 투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 투자 금액은 120만원이었으며, 일당이 가로챈 평균 금액은 2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60억원 상당의 유사수신 행위로 보게 되면 가장 크게 피해를 본 사람은 6억 1000만원, 가장 적게 피해를 본 사람은 120만원인 것으로 경찰은 설명했다.

2100만원 상당 4차례 ‘성형수술’로 수사망 피해

사진 내용과 무관함(자료=게티이미지)

김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도주해 10개월간 도피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과 코, 안면윤곽, 지방흡입 등 4차례에 걸쳐서 2100만원 상당의 돈을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지인들은 김씨에게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와 가발 업체를 알아봐주는 등 경찰의 추적을 곤란하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가 고용한 한 법무법인의 사무장인 40대 이모씨는 금전적인 대가를 위해 김씨를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경찰은 2022년 7월부터 전국 경찰관서에 접수된 사건 21건을 병합해 집중 수사에 착수했다. 휴대전화 전자정보, 범행에 이용된 계좌 등 분석을 통해 돌려막기 형태의 사기 및 유사수신 범행을 확인, 상위 모집책 등을 구속해 다른 상위 모집책 3명과 함께 송치했다. 총책 A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불출석하고 도주했는데, 폐쇄회로(CC)TV 및 통신 내용, 인터넷 검색기록 분석 등을 통해 추적 10개월 만에 은신처에서 검거했으며 구속 후 중간모집책 4명 등과 함께 송치됐다.

경찰은 김씨가 검거된 은신처에서 범죄수익으로 마련한 현금 1억원이 발견돼 압수했다. 김씨 등의 재산 13억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 보전해 범죄수익 처분을 방지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민생침해 사범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것”이라면서 “국가 수사권 행사를 저해하는 범인 도피 범행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해 ‘공정과 상식’에 입각한 형사 사법 작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