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양분화된 구조는 아직까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전에 없던 새로운 포지셔닝을 한 사물인터넷 디바이스 중에 특별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직 많이 없으며, 스마트홈에 관심 있는 대기업들은 기존 전자제품들을 더 쉽게 제어하는 것에 주로 센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제품화 되고 마케팅 되기 어려운 이유는, 앞선 칼럼에서 말했듯 사물인터넷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 유통·판매 마진 수익을 기본으로 하는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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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주로 빠르고 쉬운 진단을 추구하는 헬스케어 쪽도 자동차보다 훨씬 오랫동안 사람들이 필요로 했던 영역이다. 공공안전과 편의, 복지 등이 해당되는 스마트시티 쪽도 예산 확보와 기업들과의 제휴만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당장에라도 시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영역도 기존 산업과의 마찰, 자본의 문제, 안전과 보안의 문제 등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이지만 그래도 비전은 그려진다.
그나마 위의 영역은 이미 대기업이나 유니콘 급의 스타트업이 깃발 다툼을 하고 있다. 제어 수준의 스마트홈을 제외한 일상제품(commodity)에서는 아직 그 경쟁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보편화를 위해 사물인터넷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장에 나쁠 게 없지만, 채산성의 문제로 그것은 곧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 가격이 떨어져야 사물인터넷 세상이 더 가까이 오는데, 그때가 되면 스타트업이 아주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공급과 수요의 곡선처럼 모순 속에서 끝없는 조정점을 찾게 될 것이다. 디바이스 가격 하락의 문제는 대기업에게도 동일하게 해당될 수 있다.
스마트카와 헬스케어 관련 기업, 스마트홈 중에서도 가령 에너지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는 네스트랩스나 한국의 인코어드(Encored) 같은 곳들은 디바이스와 데이터 비즈니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 일체화 되어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완결된 구조를 갖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아직까지 특히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의 경우는 마땅한 데이터 비즈니스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동종 또는 이종의 영역에 이식할 수 있는 데이터 비즈니스 경험?능력?노하우인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먼저 스마트팩토리나 스마트농장·어장, 스마트매장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가령, A공장을 일부라고 해도 스마트팩토리로 만든 경험이 있다면 B공장의 다른 부분을 스마트팩토리로 만드는 것은 보다 쉬워지고 데이터 비즈니스 노하우 역시 계속 쌓일 것이다. 즉,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B2B 방식의 사물인터넷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름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에서는 SKT의 씽플러그, 스타트업 중에서는 크레스프리가 이에 적합한 플랫폼을 갖고 있다. 이 사물인터넷 서비스 지원 플랫폼을 활용하는 곳들은, 비용·인력 리소스·개발시간을 모두 줄이면서 동시에 데이터 분석 기반의 비즈니스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 플랫폼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플랫폼의 확장 또는 플랫폼 이용대가가 있을 뿐 아니라 이식할 수 있는 데이터 비즈니스 경험을 쌓는 것이다.
데이터 비즈니스의 발굴은 또한 대기업에게도 필요하다. 대기업에게 위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어느 사업자가 문득 플랫폼 화가 되는 것이다. 이에, 글로벌 IT기업들은 사물인터넷 산업계 표준화 단체를 조직해 플랫폼화를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는 서로의 플랫폼을 해석해 연동할 수 있는 기능까지 발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디바이스들을 플랫폼에 종속시키려고 하지만 여기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데이터 비즈니스 발굴은 필요하다. 물론, 그 발굴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춘 스마트카?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거나 기존에 있던 것들만 연결하는 제어 수준의 스마트홈에 스트리밍 콘텐츠를 연동하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
편석준 씨는
오컴(Occam) 대표. 현재 IoT B2G 서비스, IT 어린이 교재 프로젝트를 추진 중.
지은책: 경제경영서《왜 지금 드론인가》, 《사물인터넷, 실천과 상상력》, 《사물인터넷》, 《모바일트렌드 2014》, 《LTE신세계》, 인문교양서 《구글이 달로 가는 길》, 소설집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완벽한 분석》, 경제경영서 《스타트업 코리아 2016》(1월 예정), 동화 《대장이 되고 싶은 조시》(1월 예정), IT소설 《10년 후의 일상》(3월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