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 보통 재이식을 해도 유사한 거부반응으로 이식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는 재이식 수혜자의 혈액 안에 공여자 조직에 대한 특이항체(항HLA항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이식 후에도 급성 거부반응으로 이식에 실패할 위험이 높고, 이식 전 세심한 면역학적 평가와 치료 없이 시행하기 어렵다.
재이식 수술을 받은 왕모(49) 씨는 현재 투석 없이 정상적인 신장 기능을 잘 유지하며 건강한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다. 왕 씨는 2004년 만성신부전을 진단받고 같은 해 서울 소재 병원에서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 이후 관리를 받던 중 혈액검사상 공여자 특이항체 양성, 항체-매개 거부반응으로 이식 후 나타나는 거부반응에 대한 치료를 시행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요독 수치 상승과 전신부종, 단백뇨 증가 등 만성거부반응으로 결국 이식된 신장이 제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인천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혈관이식외과 김상동, 신장내과 윤혜은·김다원 교수팀은 혈액형 불일치 신장이식과 재이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학제협진체계를 즉각 가동했다.
먼저 신장내과 윤혜은, 김다원 교수는 항체 생성을 억제하는 주사(리툭시맙)를 투여하는 한편, 이미 혈액 내에 존재하는 항체를 제거하는 혈장반출술(Plasmapheresis)을 시행하고 면역 글로불린을 투약했다. 이를 통해 이식 후 나타날 수 있는 거부반응의 위험성을 낮춘 뒤 혈관이식외과 김상동 교수가 신장이식을 진행했고 다행히 재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김상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은 “말기 신부전 환자의 증가와 공여자 부족으로 뇌사자 신장이식 등록 후 이식까지 평균 2,750일(7.5년)을 기다려야 하고,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환자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다행히 최근 약제와 치료법의 눈부신 발전으로 혈액형이 달라도 신장이식이 가능해졌고 치료 결과 역시 좋아지고 있다. 희망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